

김현미
| 광주효동초 돌봄교사·전남대 사회학과 박사 수료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귀가하던 하늘이의 사망 사건은 현재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학생과 학부모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근무하는 수많은 돌봄교사들에게도 경악과 충격을 안겨줬다. 사건 당일 돌봄교실을 나서며 해맑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을 교사와 학생들을 생각하면 제3자인 나조차 가슴이 아려오는데, 마지막 모습을 목격한 돌봄교사의 트라우마는 감히 짐작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사건 이후 연일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바뀐 것이 없는 현실 속에서 여전히 학원이나 집을 향해 교실을 나서는 학생들의 귀가 지도를 해야 하는 돌봄교사들은 마음 한구석의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동안 초등돌봄교실은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정규수업이 끝난 후 또는 방학 동안 보호와 교육을 담당해왔다. 학생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곧 돌봄교실의 운영 취지이기도 하기에 돌봄교사들은 무엇보다도 최우선적으로 ‘안전’을 우선시하고 있다.
우선 학기 초에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학부모는 ‘돌봄교실 참여 학생 귀가 및 이용 서약서’, ‘응급처치 동의서 및 비상연락’ 등의 서류를 제출한다. 학부모와 돌봄교사가 함께 학생의 귀가 방법과 동행인, 비상 상황에 대하여 긴밀한 연락 체계를 합의하고 구축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방과후학교 수업시간 및 교사, 학원의 연락처를 확보하는 것은 중요한 업무다.
그러나 안전에 예민하게 대응하는 3월을 지나고 학생과 학부모들이 낯선 학교 환경에 적응하기 시작하면 이 연락 체계에도 균열이 발생하는데, 담당자인 돌봄교사에게 사전 고지 없이 귀가 시간과 동행인을 임의로 변경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 양육자에게 사전 연락을 요청하면 화를 내거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인식하면서 오히려 민원을 제기하기도 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신분인 돌봄교사는 아무 말 못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교 사정을 잘 아는 가해 교사가 방학 중 유일하게 종일 운영되는 돌봄교실 이용 학생을 범행 대상으로 노린 이번 사건에서 드러났듯, 가해 교사 개인의 일탈이나 돌봄 연락체계를 넘어서는 구조적 문제점도 있다. 돌봄교실의 안전성은 학교 내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대부분 귀가한 오후 4시30분 이후와 방학 기간에 더욱 취약해진다. 텅 비어있는 학교 내에서 유일하게 운영되는 돌봄교실은 안전의 사각지대에 있다. 이에 대하여 돌봄교사들은 노동조합을 통하여 교육청, 교육부에 수차례 안전대책을 요구한 바 있지만 번번이 무시되어 왔다. 심지어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가 돌봄교실 이용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돌봄교실의 운영 주체인 돌봄교사의 목소리와 안전 대책 요구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동안 어두컴컴한 저녁 무렵 학교 내 한구석에 존재하면서, 돌봄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학교 내에서 외면받는다는 중의적 의미에서 스스로를 ‘학교 유령’이라고 불러온 현실의 방증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는 일방적으로 늘봄학교를 확대 개편해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운영을 준비 중이다. 그동안 돌봄교실을 시간제와 전일제 이중구조로 운영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의 갈등과 차별을 조장해왔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아침 돌봄, 저녁 돌봄, 맞춤형 돌봄 등으로 주 15시간 미만 비정규직 돌봄노동자를 대량으로 양산하고 있다. 그러나 초등돌봄의 확대 과정에서 돌봄의 질 확보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이며, 당사자인 돌봄교사의 목소리를 듣고 노동권을 보호하는 것이 전제되어야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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