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 회담을 하고 있다. 총리 관저 누리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 회담을 하고 있다. 총리 관저 누리집
광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자동차·가전제품 등에 사용되는 레거시(범용) 반도체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에 합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첨단 반도체 규제에 이어 레거시 반도체까지 옥죄기에 나서는 데 대해 일본이 동참하는 모습이다.

요미우리신문은 2일 “미·일 정상은 오는 10일 워싱턴에서 예정된 회담에서 반도체 조달 특정국에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망 구축에 협력할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이어 “자국이나 동맹·우호국으로 (조달을) 전환해 중국 편중을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다. 정상회담 공동문서엔 ‘동지국(동맹·우호국)과 협력해 반도체 공급망 강화’라는 내용이 들어갈 예정이다.

미·일 정부가 직접 겨냥한 것은 중국의 레거시 반도체다. 미·일 정상이 중국의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에 의견을 모은 뒤, 이를 주요 7개국(G7)까지 확대할 생각이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레거시 반도체를 중국에서 조달하던 일본 기업이 거래처를 다른 나라로 바꾼다면 보조금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과 사이토 겐 일본 경제산업상이 미·일 정상회담 뒤 후속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레거시 반도체는 첨단 반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양이 낮지만 전자제품, 자동차, 국방 분야 등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광고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이 레거시 반도체 제조능력을 강화해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올해 1월부터 중국을 겨냥해 산업안보국(BIS) 주관으로 자동차, 항공우주, 방산, 통신 등 주요 산업 분야 미국 내 기업을 대상으로 레거시 반도체의 사용 현황 및 조달처 등을 조사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10월부터 첨단 반도체를 중심으로 대중국 규제를 강화하자, 제재에서 벗어나 있는 레거시 반도체 부문을 ‘전략적 구멍’으로 판단해 집중적으로 투자해 왔다. 레거시 반도체의 경우 상대적으로 최첨단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갈수록 중국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광고
광고

미국 민간연구소인 로듐그룹의 지난해 3월 조사 결과를 보면, 자동차·가전에 사용되는 50~180나노(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의 레거시 반도체는 현재 중국이 세계에서 약 30%를 점유하고 있다. 중국은 공장 건설을 계속 확대하고 있어, 10년 뒤 제조능력은 약 46%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요미우리신문은 “반도체 조달을 둘러싸고 각국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면 무역을 통해 상대국에 압력을 가하는 ‘경제적 위압’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며 “미·일 정상은 경제적 위압을 문제로 보고 이에 대항할 자세를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고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핵심 관계자는 미-일의 움직임에 대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협력을 한다는 취지인데 직접적인 무역 통제에 미·일이 나선다는 것인지는 아직 정확하지 않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수입되는 중국 반도체는 연간 213억달러(최근 5년간 평균)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공산품을 만드는 중소 자동자 부품사·가전회사 등이 쓰고 있다. 현대차·엘지전자 등 대기업 이용 비중은 높지 않다. 국내 완성차 관계자는 “중국산 차량용 반도체 의존도는 수년 째 꾸준히 끌어내리고 있다. 현재는 일본이나 독일산 반도체를 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신차에는 (중국산) 구형 반도체를 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우시·다롄 등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미·일의 중국 봉쇄 전략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회사 쪽은 이런 전망을 일축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미·일 간 공급망 협력 범위에 메모리반도체는 포함돼 있지는 않을 것이다. 수요 급증으로 메모리 가격이 빠르게 오르는 현 상황에서 (하이닉스의) 중국 공장 생산분도 통제 대상이 되면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수급에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전슬기 기자 김경욱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