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야당 대표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야당 대표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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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정부가 ‘일본판 시아이에이(CIA)’로 불리는 정보기관 창설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미 각 부처에서 활동하는 정보 분야 요원들이 3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6일 정부 내각조사실 답변을 인용해 “일본 (정부 부처) 내 정보 수집 관련 인력은 모두 3만3천여명으로 60% 이상은 도도부현(광역지방자치단체) 경찰이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관련 인력이 외교·안보 분야 정보 수집 대신 국내 치안에 집중되고 있는 실태가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현재 일본 정부 각 부처에 흩어져 정보 수집·분석(인텔리전스) 인력 자체는 주요국들과 견줘도 적지 않은 수준이다. 이 매체에 따르면, 영국·프랑스·독일이 수집·분석 인력을 약 1만~2만명 수준으로 운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정보 분야 인력이 20만여명, 중국과 러시아 역시 수십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에 걸쳐 대외 정보를 수집하는 미국·러시아 등과 큰 차이가 있지만, 일본에 중앙 정보기관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다른 주요국과 견줘 적은 인력은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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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일본은 내각 관방 산하에 내각정보조사실, 경찰 공안, 외무성 국제정보통합조직, 방위성 정보본부, 법무성 외사과의 공안조사청 등이 제각각 정보·수집 기능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다카이치 정부는 미국 중앙정보국이나 한국 국가정보원과 닮은 중앙 정부 차원의 국가정보국 신설을 위해 ‘국가정보회의 설치 법안’을 강하게 추진해 왔다. 또 현재 정보 인력 3만여명 가운데 2만1천여명이 경찰 경비 분야에서 공안·외사 등 일본 내 치안에 치중돼 본격적인 대외 정보 수집 활동에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산케이신문은 “일본이 미국에서 받는 대외 정보에 대한 의존 경향이 강해 미국의 중앙정보국이나 영국의 비밀정보국(MI6) 같은 정보기관을 보유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번 ‘국가정보회의 설치 법안’에는 각 부처에 흩어진 정보기관을 통합·조정하는 ‘국가정보국’을 신설하고, 이를 관할할 국가정보회의 최고책임자를 총리가 맡아 사령탑 구실을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달 일부 야당이 법안에 찬성 뜻을 밝힌 뒤 중의원(하원)을 통과했고, 현재 참의원(상원) 심사를 앞두고 있다. 참의원에서도 캐스팅보트를 쥔 일부 야당이 ‘찬성’ 표를 던진다는 입장이어서 올해 안에 법안 통과가 유력하다. 다만 진보 성향 야당과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국가정보국 신설로 ‘감시 사회’가 강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 일본에선 침략전쟁 시기 특별고등경찰이나 헌병에 의한 탄압을 연상시킨다는 등의 이유로 이른바 ‘일본판 시아이에이’ 창설에 반대하는 의견이 이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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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