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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기판 위에 엔비디아 로고가 보인다. 로이터 연합뉴스
전자기판 위에 엔비디아 로고가 보인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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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미국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 통제를 발표한 지 일주일 만이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9일 “최근 엔비디아가 ‘중화인민공화국 반독점법’ 및 ‘시장감독총국이 엔비디아의 멜라녹스 주식 인수 건에 대해 부가 제한 조건을 승인한 반독점 심사 결정에 관한 공고’를 위반한 혐의로, 엔비디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시장감독총국은 엔비디아가 위반한 혐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밝히지 않았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가 2.55%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2019년 3월 이스라엘의 정보통신(IT) 기업 멜라녹스를 69억달러에 인수했고, 중국 시장감독총국은 이듬해 4월 이를 조건부로 승인했다. 중국 매체 펑파이 보도를 보면, 시장감독총국은 해당 인수가 그래픽처리장치(GPU) 가속기와 전용 네트워크 연결장치, 고속 이더넷 어댑터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보고, 몇 가지 조건을 부과했다. 그래픽처리장치 가속기와 멜라녹스 고속 네트워크 연결장치의 강제 묶음 판매 금지, 멜라녹스 소프트웨어에 대한 오픈소스 정책 유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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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반독점 조사가 엔비디아의 중국 내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알 수 없다. 중국은 조사 결과에 따라 엔비디아에 벌금을 부과하거나 인수 취소를 요구할 수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전했다.

이번 조처가 지난 2일 미국이 취한 대중 반도체 제재에 대한 반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은 미국이 첨단 반도체에 대한 대중국 통제를 강화한 지 일주일 만에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시작했다”며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조치가 중국이 무역·기술 제재 대상이 됐을 때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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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자문 회사 드베르 그룹의 최고경영자(CEO) 나이젤 그린도 “이것은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계산된 지정학적 책략”이라며 “중국은 엔비디아를 표적으로 삼으며, (미국에 대한) 반격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말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2일 ‘중국의 군사용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 제한을 위한 수출통제 강화’ 조처를 내놓으며, 인공지능(AI) 기술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대중국 수출 통제 대상에 올렸고,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와 소프트웨어도 통제 대상에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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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중국 상무부는 하루 만인 지난 3일 갈륨과 게르마늄 등 군사용으로 쓰일 수 있는 이중용도 품목의 대미국 수출을 금지했다. 중국은 지난해 8월 갈륨과 게르마늄을 수출 통제 대상에 올렸지만 당시에는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