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 걸어들어 가고 있다. AF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 걸어들어 가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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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하고 독립적이며 주권적인 러시아를 꿈꿨다. 그리고 나는 이번 선거 결과가 국민들과 함께 이런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게 할 것이라고 희망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5선이 확정된 17일 밤(현지시각)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보르에 마련된 선거운동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강한 러시아”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서방은 푸틴 대통령이 87%가 넘는 사상 최고 득표율을 기록한 이번 선거가 불공정하다고 비난했고, 푸틴 대통령은 “3차 세계대전”까지 언급하며 서방을 견제했다. 2022년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격화한 러시아와 서방의 대결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직접 충돌 가능성 질문에 “현대 세계에선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건 모두에게 분명하다. 그럴 경우 우리는 본격적인 3차 세계대전에서 불과 한걸음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나토 소속 국가 군이 이미 우크라이나에 배치돼 있고 전장에서 영어와 프랑스어로 된 말들이 들린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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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 5선 직후 서방은 이번 러시아 대선이 불공정 선거였다고 일제히 비난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에이드리엔 왓슨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의 대선 승리가 “놀랍지 않은 일”이라며 “선거는 명백히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며 비판했다. 독일 외교부는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쓴 글에서 “러시아에서 치러진 유사 선거는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으며 결과 또한 놀랄 게 없는 것”이라며 “푸틴의 통치는 독재적이며, 그는 검열과 억압, 폭력에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독재자는 또 한번 선거 흉내를 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이런 비판에도 싸늘하게 응수했다. “그들(서방)에게 무엇을 기대했나. 기립 박수? 그들은 우리와 싸우고 있다. 군사적으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선과 비교해 러시아 대선이 더 민주적이라고 주장하며, 미국 대선은 “전세계가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을 비웃고 있다. 재앙이고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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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과 경쟁했던 후보 3명 중 우크라이나 전쟁과 푸틴 대통령을 비판하는 후보는 없었던 점 등, 서방의 비판대로 러시아 대선이 공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1999년 12월31일 대통령 권한대행을 시작으로 24년간 집권한 푸틴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 국민들의 지지가 강하다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다. 러시아 비정부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센터의 지난달 여론조사에서도 푸틴 대통령 지지율은 86%에 이르렀다. 소련 해체 이후 1990년대 급격한 국력 감소와 혼란기를 보낸 러시아 국민들은 ‘강한 러시아’를 외치며 서방에 공세적인 푸틴 대통령에게 호응해왔다. 러시아 경제도 서방의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사우스(북반구 저위도와 남반구 개발도상국들)와의 교역 확대 등을 통해 지난해 3.6% 성장률을 나타내는 등 호조세를 보인 점도 탄탄한 지지율의 배경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강부균 전문연구원 등은 지난 15일 낸 ‘2024년 러시아 대선과 향후 주요 정책 방향’ 보고서에서 “24년을 이어온 푸틴 체제는 상당 기간 공고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전쟁이 종결된다고 하더라도 러시아와 서방의 대립은 계속될 것”이라고 봤다.

장예지 신기섭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