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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지트 마크롱의 딸인 티펜느 오지에르가 28일(현지시각) 파리 형사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브리지트 마크롱의 딸인 티펜느 오지에르가 28일(현지시각) 파리 형사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인 브리지트 마크롱의 딸이 법정에 나와 어머니가 겪은 ‘사이버 괴롭힘’ 피해를 증언했다. 프랑스 검찰은 브리지트가 남성이라는 등 가짜뉴스를 퍼뜨린 피고인 10명에게 최대 징역 1년과 집행유예를 구형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리베라시옹은 28일(현지시각) 파리 형사법원에서 브리지트 마크롱에 대한 사이버 괴롭힘 혐의로 기소된 네티즌들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8월 브리지트는 자신의 성별 등에 대한 허위 정보를 사회관계망이나 유튜브에 유포한 이들을 모욕·협박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이에 파리 검찰청은 자칭 ‘영매’인 점성술 유튜버 델핀 제구스, 음모론 인플루언서 오렐리앙 푸아르송 아틀랑 등 41∼65살 네티즌 10명을 기소한 상태다.

이들은 ‘브리지트가 남성이며, 오빠로 알려진 장미셸 트로뇌와 동일 인물이다’,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는 등의 악성 루머를 엑스(X·옛 트위터)·유튜브 등에 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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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재판에는 브리지트의 딸이자 변호사인 티펜느 오지에르(41)가 증인으로 출석해 관심을 모았다. 오지에르는 브리지트가 2007년 마크롱 대통령과 결혼하기 전 첫 남편인 앙드레루이 오지에르 사이에서 낳은 딸이다. 피고 쪽 변호인들은 증언 자격이 없다고 항의했지만, 재판부는 잠시 휴정한 뒤 증언을 허용했다.

오지에르는 브리지트가 온라인 조리돌림으로 입은 정신적 피해 등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어머니가 (사이버) 괴롭힘을 당한 뒤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입을 뗀 뒤 “(브리지트가 남성이라는) 트윗들이 건강 상태를 분명히 악화시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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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머니는 어떤 옷을 입든, 어떤 자세를 취하든 이미지가 언제든 왜곡돼 악용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토로했다. 피고인들이 브리지트가 ‘남성’이라며 수영복 차림 사진 등을 유포해, 브리지트가 큰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는 것이다.

오지에르는 가족이 겪은 괴로움도 호소했다. 그는 “어머니는 끊임없이 공격 받고 있다. 가장 고통스러운 건 가족에게 그 여파가 미친다는 점”이라며 “아이들(브리지트의 손주)은 놀이터에서 ‘너희 할머니는 사실 할아버지야’라는 말을 듣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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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피고인들은 재판정에서조차 브리지트가 남성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피고 중 한명인 장 크리스토프(54)는 “만약 브리지트 마크롱이 정말 성전환 수술을 했다고 해도 그건 그녀의 삶이고 괜찮다. 문제는 그 사실이 숨겨졌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엑스에 마크롱 부부 사진을 올린 뒤 “에마뉘엘 마크롱이 아버지와 산책 중”이라며 조롱해 법정에 섰다.

한 피고인의 변호사는 “(이번 재판의) 문제는 ‘누가 누구냐’는 것”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브리지트가 오빠인 장미셸과 동일 인물이 아님을 재판에서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검찰이 괴롭힘 ‘주동자’ 중 한명으로 지목한 푸아르송 아틀랑 역시 자신이 “괴롭힘을 한 게 아니라, 제도권 언론이 숨긴 진실을 드러낸 것”이라고 고집했다. “풍자는 이 나라의 디엔에이(DNA)다. 풍자는 나의 권리”라는 논리도 내세웠다. 허위 사실 유포나 성별·나이 등을 겨냥한 비방도 ‘표현의 자유’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엑스에서 “마크롱 부부의 나이 차이(브리지트는 72살, 에마뉘엘 마크롱은 48살)는 국가가 묵인한 성범죄, 즉 소아성애”라고 조롱한 바 있다.

르몽드는 “그들에게는 어떤 증거도 통하지 않는다. 심지어 브리지트의 공식 출생 증명서조차 ‘조작된 문서’로 의심 받는다”고 지적했다. 리베라시옹은 “이 사건은 단순한 사이버 괴롭힘이 아니라 트랜스포비아(성전환 혐오) 음모론을 뿌리로 한다”며, 브리지트와 가족들의 피해는 “이런 음모론이 인터넷을 넘어 현실 사회로 퍼진 결과”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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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검찰은 각 피고인에게 징역 3∼12개월과 집행유예, 최대 8000유로 벌금을 구형했다. 선고는 내년 1월6일 예정이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