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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부 시위 유혈 진압이 벌어지는 이란에서 뒷머리에 근거리 총격을 당해 숨진 대학생 시신이 발견됐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인 이란인권기구(IHR)는 시위대를 향한 대량 학살이 우려된다며 국제사회가 개입해 줄 것을 호소하고 나섰다.
11일(현지시각) 이란인권기구에 따르면, 테헤란 샤리아티 여자기술직업대학에서 섬유·패션디자인 전공을 하던 대학생 루비나 아미니안(23)이 8일(현지시각) 시위 도중 뒷머리에 총을 맞아 숨졌다. 아미니안의 가족과 가깝다는 제보자는 이란인권기구 쪽에 “가족들이 대학 근처에서 딸의 주검을 찾기 위해 뒤지는 과정에서 18~22살 사이의 젊은이들 시신 수백구를 봤으며, 대부분 머리와 목에 근거리 총격을 당한 상태였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부 쪽은 처음에는 루비나의 가족이 주검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천신만고 끝에 시신을 운구해 고향인 케르만샤로 돌아갔을 때 정보 기관이 고향 집을 둘러싸고 있었고, 결국 가족들은 장례식을 제대로 치르지 못한 채 시신을 인근 도로변에 묻을 수 밖에 없었다.
영국 방송사 비비시(BBC)는 “(시위를 진압하는 이란 보안군이) 시위대 대열을 향해 직접 발포했다”는 익명의 증언을 보도했다. 테헤란 출신의 한 여성은 “8일은 테헤란 골목골목까지 시위대로 가득 찼었다”며 “다음날(9일) 보안군이 사람들을 죽이고, 또 죽였다. 피로 물든 날이었다”고 말했다. 이란의 주말은 목요일과 금요일인데, 목요일이었던 지난 8일 시위대가 대거 거리로 몰려나왔고 금요일인 9일 보안군의 발포가 심해졌다는 증언이다. 이 여성은 비비시에 9일 이후 사람들이 두려움에 거리로 나서지 못하고 골목이나 집안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고도 말했다. 활동가들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널 ‘바히드 온라인’에는 테헤란의 한 법의학센터 시설 안팎에 검은 봉투에 담긴 시신들이 널려 있고, 트럭에서 사람들이 시신을 옮기는 영상이 공개됐다. 이란 제2의 도시인 마슈하드의 한 공동묘지에서 일하는 직원은 9일 새벽 심각한 머리 부상을 입은 시신 180구~200구가 실려와 매장되었다고 밝혔다.

여러 인권단체·언론 등이 의료진 증언을 인용해 “(사망한) 시민들이 머리와 상체에 근거리 총격을 입었다”고 전하고 있는데, 전해지는 부상 형태를 볼 때 사실상 즉결 처형에 가까운 살해가 자행되고 있다는 의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시위 중 체포된 시민들도 빠르게 사형이 집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8일 카라즈에서 체포된 에르판 솔타니의 가족들은 14일 형이 집행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앞서 이란 정부 쪽은 시위 가담자를 사형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으며, 혁명재판소도 “신속하게” 이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공언했다.
12일로 시위가 열엿새째를 맞은 가운데, 미국에 본부를 둔 단체인 이란인권활동가통신(HRANA)은 646명의 시위대가 사망하고 1만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6000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추산이 나오고 있지만, 이란 정부가 통신을 두절하고 있어 현지 상황을 정확히 확인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이란인권활동가통신은 테헤란의 베헤슈트 자흐라 묘지에서 희생자 유족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며 애도 분위기 속에도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인권활동가통신은 “사망자 수의 눈에 띄는 증가, 대규모 체포 소식, 체포된 이들의 강제 자백서 공개, 묘지에서 유족 모임 등은 지속적인 시민 저항 속에서도 탄압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우려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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