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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바티스타 피차발라 예루살렘 총대주교가 24일 서안지구 베들레헴에서 행진하던 중 군중 속에서 만난 산타클로스를 안아주고 있다. AFP 연합뉴스
피에르바티스타 피차발라 예루살렘 총대주교가 24일 서안지구 베들레헴에서 행진하던 중 군중 속에서 만난 산타클로스를 안아주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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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빛이 되기로 결정합시다. 베들레헴의 빛은 세상의 빛입니다.”

예루살렘 총대주교 피에르바티스타 피차발라 추기경이 24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베들레헴 예수탄생교회에서 열린 자정 미사에서 이같이 연설했다. 아에프페(AFP)와 에이피(AP) 통신은 가자전쟁 휴전으로 2년만에 성탄 축하 행사로 들뜬 예수 탄생지 베들레헴의 모습을 전했다. 앞서 이날 낮에는 맑게 개인 하늘 아래 피차발라 추기경은 백파이프로 크리스마스 캐럴을 연주하는 베들레헴 살레시오 스카우트 단원 수십명과 함께 시내를 행진했다. 피차발라 추기경은 성지순례객들의 환영을 받으며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사람과 포옹을 하거나 아이들의 손에 입을 맞추며 축복했다.

수천명의 인파도 추기경 일행을 따라 예수의 부모인 마리아와 요셉이 베들레헴에 들어온 길로 알려진 ‘별의 거리’와 예수탄생교회 앞 구유 광장을 함께 걸었다. 이탈리아 순례자 카르멜리나 피에디몬테는 “당신의 마음 속에 사랑이 있다면, 전쟁 없는 세상도 가능하다고 믿는다”라고 아에프페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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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각) 베들레헴 예수탄생교회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자정 미사에서 피차발라 추기경이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25일(현지시각) 베들레헴 예수탄생교회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자정 미사에서 피차발라 추기경이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날 자정께 베들레헴 예수탄생성당에서 열린 자정 미사에서 피차발라 추기경은 “2년간의 어둠 이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빛”이라고 말했다. 추기경은 지난 주말 동안 가자지구를 방문한 사실을 언급하며 “휴전에도 불구하고 고통은 여전히 존재한다”면서도 “나는 그들의 강인함과 다시 시작하려는 의지에 깊이 감동했다”고 말했다. 바티칸에서도 레오 14세 교황이 전날 “전 세계의 24시간 평화”를 호소한 뒤 첫번째 성탄 미사를 집전했다.

베들레헴에선 2023년 10월 가자전쟁이 발발한 이후 매년 열어오던 크리스마스 행사를 열지 않았다. 구유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의 상징물도 잔해와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모습으로 제작했다. 지난 2년간 스카우트 악대는 전쟁에 항의하는 의미로 악기를 연주하지 않고 침묵 속에 행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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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각) 베들레헴에서 크리스마스 행사가 열린 가운데 팔레스타인 경찰관들이 소총으로 무장하고 경계를 서고 있다. UPI 연합뉴스
24일(현지시각) 베들레헴에서 크리스마스 행사가 열린 가운데 팔레스타인 경찰관들이 소총으로 무장하고 경계를 서고 있다. UPI 연합뉴스

갈등의 그림자는 여전했다. 이날 베들레헴 시내 곳곳에는 팔레스타인 경찰이 소총으로 무장하고 경계를 섰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공영 와파통신은 이스라엘군이 이날 오후 크리스마스 행사에 참석하러 베들레헴에 진입하려는 후세인 셰이크 부통령의 차량 행렬을 막았다가, 미국의 개입으로 진입을 허용했다고 보도했다. 라말라에서 온 아이린 키르미즈는 이스라엘 검문소들에서 3시간 대기하는 것을 감안해 새벽 5시에 출발했다며 “예전엔 40분이면 베들레헴에 도착했지만, 검문소가 늘어나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동이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경찰은 지난 21일 이스라엘 하이파에 있는 와디 니스나스에서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팔레스타인 남성을 체포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경찰은 소음과 공공질서 문란 신고를 받고 출동해 팔레스타인계 기독교인들이 개최한 크리스마스 축제 현장에서 팔레스타인 주민 3명을 체포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