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총기 규제
세계 각국의 총기 규제

미국 연방대법원이 개인에게 총기를 소유할 헌법적 권리가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총기 소유권은 미국 사회의 가장 민감한 문제 가운데 하나여서, 이번 판결을 둘러싸고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연방대법원은 26일 개인의 총기 소유를 금지한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의 법률이 수정헌법에 위반된다고 5:4 다수결로 판결했다. 안토닌 스칼리아 판사는 다수 의견을 대표해, 수정헌법은 “가정에서 자기 방어를 위해 권총을 소유하고 사용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그동안 수정헌법에 언급된 총기 소유권이 개인에게도 보장되느냐를 두고 논란이 계속돼왔고, 이에 대법원이 개인에게도 보장된다고 처음 판결한 것이다. 총기 소유 지지자들은 이번 판결을 크게 환영했다. 전미총기협회(NRA) 웨인 라피에르 부회장은 “총기 소유의 자유를 빼앗겼던 준법 시민들에게 큰 위안을 준다”고 밝혔다. 백악관도 “미국인이 총기를 소유할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고 인정한 것을 만족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미 의회의 대표적 총기 소유 반대론자 다이앤 파인스태인 상원의원은 “미국 국민들이 이번 판결로 덜 안전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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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정치에서 지난 40년 동안 가장 논란이 많았던 총기 소유권 문제를 다시 국민적 최우선 의제로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당장 이번 판결은 대선쟁점으로 떠올랐다. 총기 소유권을 지지해온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는 “수정헌법에 대한 역사적 승리”라며 판결을 환영했다. 상대적으로 총기 소유에 부정적이었던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 후보는 “각 지역 사법부에 좀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이라고 애매모호한 태도를 밝혔다. 이에 매케인 진영은 “태도를 바꿨다”고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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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소유 반대론은 1968년 로버트 F. 케네디 상원의원과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되면서 힘을 얻었고, 버지니아공대 총기사건 등 대형 총기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나 총기 소유는 서부 개척시대부터 미국사회의 문화이자 헌법상 권리며, 범죄에 맞서 자기 방어수단으로 필요하다는 주장이 우위를 차지해왔다.

이번 판결로 총기 소유에 관한 규제가 전면 해제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총기를 소유하기 위해서는 등록을 해야하며, 학교 등에 총기를 가지고 가거나 범죄인 등이 총기를 소유하는 것도 금지된다. 또 각 지역별로 총기 소유 등에 관한 법률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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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미총기협회(NRA) 등은 이번 판결을 근거로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등 총기 소유를 금지하는 도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어서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