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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안경비대가 지난 30일 미국 아메리칸이글 항공기와 미 육군 블랙호크 헬리콥터가 공중 충돌한 사고 지점 아래 포토맥강에서 수색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해안경비대가 지난 30일 미국 아메리칸이글 항공기와 미 육군 블랙호크 헬리콥터가 공중 충돌한 사고 지점 아래 포토맥강에서 수색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에서 20년 만에 최악의 인명 피해를 낸 여객기와 미 육군 헬리콥터의 공중 충돌 사고 원인과 배경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미국 정부는 충돌 직전 여객기가 고도를 급히 올리려고 시도했고, 헬리콥터가 규정을 벗어난 고도에 있었다고 밝혔다. 더불어 사고가 난 비행구역이 혼잡한 점은 항공기 안전을 위협하는 고질적인 요소였다는 주장도 나왔다.

1일 저녁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의 토드 인먼 위원은 브리핑에서 “(여객기가 헬리콥터와) 충돌과 매우 가까운 시점에 고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저녁 8시48분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로널드 레이건 워싱턴 공항에 아메리칸이글 항공기가 착륙하기 위해 하강하다 포토맥강 상공에서 육군 블랙호크 헬리콥터와 충돌해 67명이 숨졌다.

 여객기 고도를 올린 조종사가 사고 직전 충돌 위험을 감지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위원회는 이날 밝힌 수치와 사실은 여객기에서 복구된 데이터 기록 장치의 예비 자료에 근거한 것이라고 전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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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브루스 배닝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 조사관이 미국 아메리칸이글 항공기와 미 육군 블랙호크 헬리콥터의 공중 충돌 사고에 관해 브리핑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1일 브루스 배닝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 조사관이 미국 아메리칸이글 항공기와 미 육군 블랙호크 헬리콥터의 공중 충돌 사고에 관해 브리핑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충돌은 300~350피트(91~106m) 상공에서 일어났고, 헬기는 규정과 달리 높은 고도에서 날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인먼 위원은 항공교통 관제사가 사고 당시 헬기가 200피트 상공에 있다고 파악했지만, 충돌은 그보다 100~150피트 높은 곳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시엔엔은 레이건 공항 주변의 헬기 경로에서 비행 고도는 200피트(61m) 이하로 제한된다고 전했다.

위원회는 이런 불일치가 설명할 수 없는 사항이어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브리핑이 있기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블랙호크 헬리콥터가 너무 높게 날고 있었다. 200피트 제한을 훨씬 넘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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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헬기는 재난 상황 시 미국 정부 인사 대피 시나리오에 따라 ‘정부 연속성’ 훈련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육군 블랙호크 헬리콥터의 비행경로도 이번 사고의 배경으로 지적되고 있다. 버지니아주 포트 벨보어에 있는 제12 항공대대에서 출발한 블랙호크는 특별 비행경로를 이용해 레이건 공항을 지나 주요 인사들을 워싱턴디시(DC) 등에 이송하는 임무를 맡는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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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는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항공 교통 감독관들이 수년간 민간 항공기와 미군 등 정부 항공기 비행 공역이 겹치는 점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2022년 10월, 2024년 4월 레이건 공항에 착륙하는 동안 헬리콥터와 충돌할 위험이 발생해 2명의 조종사가 각각 이 사실을 미국 항공 안전 시스템에 보고했다고 시엔엔은 보도했다. 공중 충돌 사고 하루 전에도 헬기가 여객기 비행경로 근처를 지나가게 되면서 여객기가 첫번째 착륙 시도를 중단했다고 덧붙였다.

관제 인력 부족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연방항공청 예비 보고서가 사고 당시 관제탑 인력이 “시간대와 교통량에 비해 정상적이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고 때 관제탑에는 1명의 관제사가 헬기와 비행기의 운항을 모두 감독하고 있었다.

레이건 공항 관제탑엔 보통 밤 9시30분 이전엔 2명이 배치되고, 이후엔 통상 1명이 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고는 이보다 40분가량 앞서 일어났다. 일반적으로 관제탑 감독관은 인력 배치를 재량으로 판단하지만, 앞당겨 1명이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