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인공지능 디바이스 시장 주도권을 놓고 소송전에 돌입한 애플과 오픈에이아이(AI). 로이터, 에이피(AP) 연합뉴스
차세대 인공지능 디바이스 시장 주도권을 놓고 소송전에 돌입한 애플과 오픈에이아이(AI). 로이터, 에이피(AP) 연합뉴스
광고

차세대 인공지능 디바이스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애플과 오픈에이아이(AI)의 경쟁이 영업비밀 침해 소송으로 번졌다. 애플은 오픈에이아이가 자사의 인공지능 기기 개발 관련 기밀을 조직적으로 빼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은 10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연방지방법원에 오픈에이아이와 오픈에이아이로 이직한 전 애플 임직원 2명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냈다.

애플은 소장에서 오픈에이아이가 자사 출신 임직원과 채용 면접 등을 통해 회사의 신제품 개발 정보를 조직적으로 훔쳐왔다고 주장했다. 아이폰과 애플워치 디자인 등을 총괄했던 탕 탄 오픈에이아이 최고하드웨어책임자(CHO)는 애플 재직자를 대상으로 한 채용 면접에서 인공지능 디바이스 개발 프로젝트의 세부 정보를 캐물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다른 피고이자 올해 1월 오픈에이아이에 합류한 창 리우 역시 퇴사 당시 애플이 지급한 업무용 노트북을 반납하지 않았고, 보안 결함으로 퇴사 뒤에도 유지되던 자신의 애플 내부 서버 접근 권한을 이용해 하드웨어 관련 기밀 파일 수십 건을 내려받았다는 게 애플의 주장이다. 또 오픈에이아이는 자사로의 이직이 확정된 애플 직원들이 보안 감시를 피해 인수인계 기간에도 회사 기밀에 계속 접근할 수 있도록 “적극적 코칭”을 했다는 내용도 소장에 담겼다.

광고

애플은 오픈에이아이가 이렇게 확보한 기밀 정보를 활용해 자사 협력사에까지 접근했다고도 주장했다. 한 협력사에는 애플이 사용하는 금속 표면 마감 기술을 시연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인공지능 기기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영업비밀을 얻으려 했다는 것이다. 애플은 법원에 오픈에이아이가 보유한 관련 자료를 모두 폐기하고, 자사 기술이 사용되지 않도록 향후 출시할 제품의 설계를 변경하도록 명령해 달라고 요청했다.

오픈에이아이는 즉각 반박했다. 회사는 성명을 내어 “우리는 다른 회사의 영업비밀에는 관심이 없으며, 전 세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고
광고

이번 소송은 두 회사가 차세대 인공지능 기반 하드웨어 시장의 핵심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오픈에이아이는 지난해 5월 아이폰을 디자인한 조너선 아이브가 설립한 인공지능 기기 스타트업 ‘아이오’(iO)를 65억달러(약 9조8천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애플의 위탁 생산업체인 중국 럭스셰어와 계약을 체결했다. 스마트폰을 대체할 인공지능 전용 디바이스를 출시해 ‘인공지능 비서’의 이용자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말 뉴욕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의 스마트폰은 인공지능 비서와 새로운 활용 방식에 적합하지 않다”며 새로운 인공지능 디바이스 시장에서 “오픈에이아이와 애플 간 진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광고

애플 역시 스마트 안경과 카메라를 탑재 에어팟 등 자사 인공지능 음성 비서 ‘시리’(Siri)와 연동 가능한 차세대 인공지능 기반 웨어러블 기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밖에도 메타와 구글, 삼성전자, 알리바바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인공지능 하드웨어 시장에 뛰어들면서 차세대 디바이스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소송에 대해 “차세대 인공지능 디바이스가 실리콘밸리에서 얼마나 중요한 전략적 의미를 갖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