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오류 메시지. 연합뉴스
카카오톡 오류 메시지. 연합뉴스

1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에스케이씨앤씨(SK C&C) 데이터센터 지하 전기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카카오와 네이버 등 이 곳에 서버(서비스 가동 컴퓨터)를 두고 있는 업체들의 인터넷 서비스가 줄줄이 ‘먹통’이 됐다. 네이버는 4시간여만에 정상 상태로 되돌린 반면, 카카오 서비스들은 다음날인 16일 오후까지도 복구되지 않거나 불안정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가 하루 넘게 이어진 건 2010년 출시 이후 12년만에 처음이다.

국민들의 일상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미치는 ‘공룡 플랫폼’ 운영업체 카카오가 ‘국민 메신저’ 사업자를 자처하며 실시간 백업체제(미러링) 구축 등 비상·재난 상황에 대비한 투자에는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우려와, ‘국민 메신저’ 카톡과 ‘인터넷 강국’ 한국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카카오, 에스케이씨앤씨, 소방당국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15일 오후 3시19분께 판교 데이터센터 지하 전기실에서 불이 나 전력 공급이 차단되면서 이 곳에 놓인 서버를 통해 제공되던 인터넷 서비스들이 멈춰섰다. 당시 이 곳에는 카카오톡과 다음 검색포털·뉴스·카페, 카카오맵, 카카오티(T),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용 서버들이 집중돼 있었다. 양현서 카카오 부사장은 “분당과 안양 등 전국 네 곳에 데이터센터를 분산해뒀는데, 이 중 가장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분당 데이터센터 서버 3만2천대의 전원 공급이 모두 차단됐다”며 “통상 카카오톡의 경우, 장애가 발생하면 20분 안에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대응하고 있는데, 화재 현장이다 보니 내부 진입이 어려웠고, 서버 송출량도 커서 대응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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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에 따르면, 에스케이씨앤씨 분당 데이터센터에 두고 있는 서버 3만2천대 가운데 이날 오전 11시 기준으로 1만2천대에는 전원 공급이 재개됐으나, 나머지 2만대는 여전히 전력 공급이 되지 않고 있다. 이날 새벽 스마트폰에서의 문자 송수신 등 일부 기능이 복구됐으나 나머지 대부분의 기능은 여전히 멈춰섰거나 불안정한 상태이다.

1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에스케이씨앤씨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과 경찰 관계자들이 1차 감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에스케이씨앤씨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과 경찰 관계자들이 1차 감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 서비스 이용자들은 물론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카카오가 실시간 백업체제(각 서비스별로 서버 2대가 같은 상태로 동시에 동작하는 상태)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해온 것 아니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한 정보기술(IT) 전문가는 “데이터센터 한 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그나마도 금방 진화돼 서버에는 연기 한모금 가지 않은 화재로, 사실상 전 국민이 이용하는 서비스가 멈춰서는 게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원회 박성중 의원(국민의힘)은 “불이 난 곳은 한 곳에 불과한데 카카오의 전체 기능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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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계자는 “2018년 11월 케이티(KT) 아현지사에 불이 나 서울 마포구와 그 일대 통신망이 마비됐을 때도 여러 금융·공공기관과 기업이 망 이중화를 제대로 해 두지 않았다는 게 드러났다”며 “각각 다른 지역 데이터센터에 같은 일을 실시간으로 하는 서버를 두고, 지진·홍수·화재 등의 발생으로 한 곳에 문제가 생기면 자동으로 다른 곳 서버로 대체되게 해야 하는데, 그게 안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글·메타 등은 지진과 핵전쟁 같은 재난 사태 등에 대비해 대륙과 나라를 달리해 백업 서버를 운영한다.

카카오는 “이중화 작업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양현서 부사장은 “서버 이중화를 위한 대비를 평소에 갖춰뒀지만, 이 정도 규모 데이터센터 전체가 마비된 것은 국내 정보기술 업계 역사를 통틀어도 이례적인 일로, 워낙 많은 규모의 장애가 발생하다 보니 다른 곳(데이터센터)이 데이터와 트래픽을 대신 받아주는 게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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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시간 백업체제 구축 등은 평상시가 아닌 비상시를 위한 ‘투자’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카카오의 ‘이례적인 상황’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서버 이중화를 위해 데이터를 어떤 식으로 분배할지를 기업들 이 결정할 때 결국 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며 “카카오가 예측하지 못했을 정도의 큰 사고가 나다보니 대응을 제대로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비대면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여러 온라인 서비스 간 연계성이 높아지면서 한 서비스가 멈추면 다른 서비스들로 연쇄 파장이 일어난다는 점도 이번 사태에서 드러났다. 예를 들어, 카카오뱅크는 금융회사의 망 분리 의무로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데이터센터를 주로 사용하고 있어, 핵심 서비스 제공에는 차질이 없었다. 하지만 카카오계정을 이용한 회원가입과 간편 이체, 모임 통장 친구 초대 등 카카오의 다른 서비스와 연동된 일부 서비스가 영향을 받으며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카카오톡의 ‘톡채널’과 ‘알림톡’ 등을 이용해 고객 관리 (CS)를 하는 스타트업들도 정상적인 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16일 오전 화재 현장을 찾아 “일상 불편을 넘어 경제·사회 활동이 마비될 우려가 있음이 확인된 만큼 정부도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안일하게 대처해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15일 오후 <한겨레>에 “(카카오와 네이버 등은) 기간통신사업자가 아니어서 정부가 (재난 대응책 마련을) 강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후 과기정통부는 사고 발생 여섯시간여만인 밤 9시50분께 보도자료를 내어 홍진배 네트워크정책실장이 주재하는 ‘방송통신재난대응상황실’을 꾸렸다며, 격려와 지원에 나서겠다고 알렸다. 이튿날인 16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과기정통부에 “실장 중심의 상황실을 장관 주재로 격상해 지휘하라”고 지시하자, 오전 11시15분 상황실을 이종호 장관 주재 방송통신재난대책본부로 격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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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통신서비스라고 안일하게 대처하다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부랴부랴 움직인 꼴이다. 이날 오전 이종호 장관이 화재 현장 점검에 나선 것도 윤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기업 플랫폼을 활용해 온라인 행정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를 출범하고 여러 정부 부처의 민원·행정 서비스를 하나의 온라인 플랫폼에서 일괄 제공하는 체계 구축을 위한 밑그림 작업에 들어갔다. 주요 과제 중에는 카카오와 네이버 등 민간기업의 인프라와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민간주도형 혁신’도 들어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옥기원 기자 o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