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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 사이의 경제 관계 역사에서 올해는 뚜렷한 변곡점을 찍는 시기로 기록될 것 같다. 한국 쪽의 일방적 무역수지 흑자 흐름이 끊기고 월별로는 적자를 기록하는 쌍방향 예가 드물지 않아진 게 올해 들어서다. 1992년 한-중 수교 뒤 한국 쪽이 1994년 8월(1400만달러 적자)을 빼고는 올해 4월까지 월별 기준 줄곧 무역 흑자를 거뒀던 일방향 기조는 사라졌다.
대중국 무역 적자 기록이 나타나기 시작한 5월(11억달러 적자)이나 6월(12억달러 적자)만 해도 정부나 무역업계 모두 중국 정부의 이른바 ‘제로 코로나’ 정책 여파에 따른 반짝 현상으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중국은 올해 3월부터 석달가량 상하이·베이징을 비롯한 주요 도시를 전면 또는 부분 봉쇄하는 강력한 코로나 억제책을 실시한 바 있다.
한국무역협회 조상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한-중 경합은 앞으로도 진행될 것이고, 교역·공급망 측면에서 대중국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두 나라 경제 간에 서로 엮이는 비중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중국 교역에서 수출과 수입 1위 품목이 모두 반도체라는 사실이나 중간재 교역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데서 두 나라 사이의 경제 관계가 잘 드러나 있다고 분석한다. 기술 수준이 높고 부가가치가 큰 부품·중간재 중심으로 교역의 내부 구조가 바뀌었을 뿐 양국 간 관계 맺음의 긴밀함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다.
산업 간 경쟁 격화와 산업 내 협력 강화는 한-중 관계의 현재 실상을 묘사하는 것인 동시에 미래상을 암시하는 것이며, 반도체 협의체 결성, 인·태경제프레임워크,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따위를 둘러싼 대외 협상에서 지렛대로 삼을 명분의 실마리이기도 하다.
정환우 위원은 “한국과 중국 모두 연구·개발과 첨단 제조업 육성, 디지털 전환에 노력을 집중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경쟁 격화가 곧 협력 필요성의 약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양국의 산업 육성 전략으로 추진되는 핵심기술 확보 경쟁은 동시에 서로에게 더 큰 시장을 제공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처럼 막대한 규모를 가진 국가의 산업 육성은 한국과 같은 중간 시장 규모의 나라에 기회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여기서 전제는 공정하고 투명한 규범과 협력 시스템을 마련하는 일이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경제부장, 논설위원을 거친 뒤 산업 현장 취재를 맡고 있다. <민스키의 눈으로 본 금융위기의 기원> <휴버먼의 자본론> <무엇이 우리를 무능하게 만드는가> <관료제 유토피아> 등을 번역해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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