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이 길어지면 미국의 재정적자 문제가 또 불거지고 이는 미 국채 신뢰성에 대한 의문을 증폭할 것이다. 2026년 3월9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한 남성이 미국 달러 이미지가 표시된 환전소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REUTERS
중동전쟁이 길어지면 미국의 재정적자 문제가 또 불거지고 이는 미 국채 신뢰성에 대한 의문을 증폭할 것이다. 2026년 3월9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한 남성이 미국 달러 이미지가 표시된 환전소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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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금융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라 불리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결국 ‘5%의 벽’을 뚫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더 많이 올릴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으면서 국채 매도세가 거세진 결과다. 시장은 전세계 최고 안전자산의 이례적 약세가 금융시장 전반의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27일 미국 재무부 집계를 보면,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25일(현지시각) 연 5.17%를 기록했다. 이달 중순 5% 근방에서 오르내리다가 23일부터 사흘 연속 5.1% 이상을 유지했다. 10년물은 미 국채 중에서도 거래가 가장 활발하고 각종 경제지표를 집약적으로 반영하는 만큼, 전세계 금융시장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10년물 금리가 마지막으로 5.1%를 넘긴 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이다. 상승 속도도 이례적이다. 지난달 말(4.75%)보다 0.40%포인트 넘게 올랐다. 그만큼 국채 매도세가 거세서 가격이 빠르게 떨어졌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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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부. AP 연합뉴스
미국 재무부. AP 연합뉴스

증권가에서는 시장금리가 단기간에 안정되기 힘들 것으로 본다. 일단 연준의 정책금리 전망치가 시시각각 상향 조정되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를 보면, 지난 25일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다음달 금리를 인상할 확률이 64.2%라고 평가했다. 일주일 전(57.6%)보다 높아졌다. 12월까지 ‘3연속 인상’할 확률도 51.0%였다. 내년 중 한번이라도 인하할 확률은 0.6%에 그쳤다. 연준이 기존 예상보다 금리를 더 높게, 더 오래 끌고 갈 것이라는 전망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전망을 이끈 핵심 요인은 단연 물가다. 중동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고 있는데다, 전세계 정유시설 가동 여력이 줄어든 탓에 경유 가격은 원유보다도 더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미국 경기가 식을 조짐이 없다는 것도 연준의 긴축 명분을 더하는 요인이다. 미 경기 선행지표로 쓰이는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값은 이달 5년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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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위험 구간에 들어섰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미 국채는 전세계 주요 금융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핵심 안전자산이다. 금융회사끼리 돈을 빌릴 때 담보로 잡는 것도 주로 미 국채다. 국채 가격이 지금처럼 급락하면 금융회사가 손실을 입으면서 리스크가 시장 전체로 퍼질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대표적 사례다. 미 국채 금리의 상승은 다른 나라의 시장금리를 함께 밀어올린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요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케이티 마틴 편집위원은 “이 정도 규모와 속도의 (국채) 매도세는 금융시스템 곳곳에 불을 붙일 수 있다”고 평했다.

외환시장 파급 효과도 관건이다. 특히 ‘엔저’로 골머리를 앓는 일본이 변수로 꼽힌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엔-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데, 일본이 이를 막기 위해 미 국채를 팔아 엔화를 사들이면 국채 가격 하락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 이에 미국이 지난 7월 유로화를 팔고 엔화를 사는 식으로 공동 개입에 나섰으나 효과가 오래가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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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