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45) ㈜효성 사장
조현준(45) ㈜효성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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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뒤늦게 “현장조사”
회사쪽 “실무자 실수로 말소 안해”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맏아들인 조현준(45) ㈜효성 사장이 대법원에서 횡령 혐의 유죄가 확정돼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의 임원 결격 사유에 해당되는데도, 여전히 효성캐피탈의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효성캐피탈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기업으로 유명한 효성그룹의 금융 계열사로, 조 사장을 비롯한 조석래 회장 일가에 200억원의 자금을 대출해주는 등 ‘돈줄’ 구실을 하고 있다.

31일 금융감독원 공시자료 등을 보면, 조 사장은 2012년 3월29일 효성캐피탈 이사로 선임돼 4월10일 등기됐다. 이때는 2007년 회삿돈 100만달러를 횡령해 회사 자금으로 미국에서 부동산을 구입한 혐의가 인정돼,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9억7529만원을 선고받고 사건이 대법원으로 넘어간 직후다. 이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될 경우 여전법에서 규정한 임원의 결격 사유에 해당돼 이사 선임이 불가능해질 것을 염두에 둔 조처로 보인다. 여전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집행유예 기간에 있는 자의 임원 선임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9월13일 이후엔 조 사장은 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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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효성캐피탈은 조 사장의 형이 확정된 뒤 결격 사유에 해당됨을 즉시 금융감독원에 보고하고 해임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도, 여전히 이사직을 유지하게 하고 있다. 여전법은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거나 사면 등으로 면제돼도 그 뒤 5년간은 임원을 맡지 못하게 하고 있다. 때문에 조 사장은 29일 특별사면을 받았지만, 여전히 임원 제한 대상에 해당된다.

2004년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로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효성캐피탈이 최근 들어 최대주주 ㈜효성의 특수관계인인 조 사장 형제에게 자금 대여 규모를 늘린 것도 눈길을 끈다. 조 사장이 대주주(지분 7.26%)인 ㈜효성은, 현재 효성캐피탈의 지분을 97.15% 가지고 있다. 2010년만 해도 특수관계인 및 배우자, 혈족 1촌에 대한 대출이 0원이던 효성캐피탈은 2011년 들어 1분기 17억7700만원, 2분기 42억8100만원, 3분기 169억9200만원으로 대출 규모를 급속히 늘렸다. 2012년 9월말 기준 조 사장 형제 등 그룹 총수 일가에 대출된 돈은 모두 203억200만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조 사장에 대한 대출이 98억9000만원으로 가장 많다. 9% 이자를 물고 가계대출 형태로 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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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러한 대주주 특수관계인에 대한 대출은 큰 어려움 없이 이사회에서 모두 승인됐다. 현재 효성캐피탈의 등기이사 5명 중 3명이 조현준·조현문·조현상 형제다. 지난해 5월18일 모친에게 25억6000만원 가계대출 집행, 7월23일 조 사장에게 가계대출 10억원 집행 등 이사회 의결 사항은 모두 승인됐다. 새로 이사가 된 조 사장을 비롯해 형제들이 자신들에 대한 대출 건을 스스로 심사하고 의결한 것이다. 조 사장은 형이 확정돼 법적으로 이사 자격을 잃은 뒤인 지난해 11월19일에도 이사회 승인을 통해 88억9000만원의 대출을 올해 11월19일까지 연장받았다. 조 사장은 이 자금을 바탕으로 지난달 효성 계열사 갤럭시아코퍼레이션의 주식 22만주를 11억원에 매입하는 등 그룹 내 지배를 넓혀가고 있다.

최근 들어 최대주주인 ㈜효성에 대한 효성캐피탈의 배당성향이 높아진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효성캐피탈은 당기순이익이 2010년 368억원에서 2011년 245억원으로 123억원이나 감소했다. 그런데도 효성캐피탈은 이듬해 3월 주주총회에서 135억원의 현금배당을 했다. 배당성향이 55%(주당 1500원)로, 직전 연도 배당성향인 24.4%(주당 1000원)의 갑절이 넘는다. 그 전인 28.6%(주당 500원)와 견줘도 크게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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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사장의 유죄가 확정된 지 수개월이 지났고,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그의 형사사건이 논란이 됐는데도 감독당국인 금감원은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뒤늦게 조처에 나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임원의 결격 요건이 발생하면 즉시 변동 보고를 해야 하는데 지난해 9월 확정 판결 이후 보고를 하지 않았다. 정기검사에서 적발되거나 임원 자격 요건에 대한 점검을 하지 않는 한, 당국 입장에서는 여전사에서 보고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구조다. 바로 시정하도록 조치를 취하고, 보고 회피 등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현장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효성 관계자는 “실무자의 단순 실수로 등기 말소를 시키지 못했다. 등기 말소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