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자인 빅뱅] ⑩미 할리데이비슨
할리데이비슨은 청바지, 햄버거와 더불어 미국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이다. ‘두둥~두둥’ 울리는 특유의 2기통 엔진음을 미국인들은 말발굽 또는 심장박동 소리라고 말한다. 할리데이비슨은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가장 충성스러운 고객들을 거느리고 있다. 광활한 평원을 외롭게 달리는 오토바이라는 이미지가 미국인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외국인들에게 이국적 환상을 심어준 덕분이다.
밀워키 주뉴 거리의 본사 터를 104년째 지키고 있는 할리데이비슨은 전통을 고수하는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은 “룩, 사운드, 필이 우리 회사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단어”라고 입을 모았다. 외관, 소리, 느낌을 통해 자사 제품임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 창업자 집안의 4대 후손인 빌 데이비슨 생산담당 부사장은 “소비자들에게 제품 구매가 곧 할리의 세계와 유산을 사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 오토바이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엔진을 덮개로 감추지 않은 점이다. 1909년 브이-트윈 엔진이 개발된 이래 내놓은 거의 모든 모델들에서 45도 각도로 기울어진 2기통 엔진을 고수해 자사 제품의 상징물로 삼았다. 이런 디자인 철학은 종종 핵심부품을 바꾼 뒤에도 이를 알아채지 못하게 하는 ‘올드룩’ 전략으로 이어진다. 할리데이비슨에는 덜컹거림을 막아주는 완충기(쇼바)를 시트 밑으로 숨긴 모델들이 많다. 1950년대 이전 제품들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다. 또 전통의 공냉식 엔진을 버리고 2001년 선보인 수냉식 DOHC 트윈엔진도 “표면에 수냉식에는 필요 없는 핀(홈)을 새겨 넣어 전통을 유지시켰다”고 회사 관계자들은 말했다.

할리데이비슨은 소리도 디자인한다. 임직원들이 ‘포테이토~포테이토’라고 묘사하는 엔진음은 소음이 아니라 소비자의 감성을 건드리는 미적 요소다. 그들은 4기통 엔진의 값싸고 품질 좋은 일본 제품들에 시장을 잠식당한 1980년대에도 2기통 엔진을 고수했다. 결국 엔진효율보다 소리의 박자감을 중시한 전략은 시장에서 통했고, 이를 통해 지난해에만 매출 5조1천억원, 영업이익 1조3천억원을 기록할 만큼 초우량기업으로 거듭났다. 환경·소음 규제가 강화된 90년대 중반 이후에도 특유의 엔진음을 지켜낸 것은 1500만달러가 투자된 소리연구소(사운드랩)의 힘이다. 소리연구소에서는 엔진 및 소모품 부분을 체크해, 신소재를 개발하거나 순수한 엔진소리를 방해하는 요소를 없애는 작업을 맡는다.
룩과 사운드가 오토바이 매니아들을 유혹하는 초대장이라면, 제품을 개성있게 꾸미도록 돕는 커스터마이징이 초대장에 손으로 적어넣는 서명이다. 할리데이비슨의 액세서리 사업부문은 표준형과 다른 디자인의 손잡이, 발판, 핸들 등을 전세계에 판다. 브랜드가 적힌 자켓과 헬맷은 물론 한정판매하는 커스텀 페인트도 내놓는다.
‘디자인 우선’ 방침은 미국인들에게 자국 문화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강력한 도구다. 이는 ‘애국심 마케팅’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할리데이비슨은 미국 내에서 자신들의 생산기지와 주요 납품처를 국외로 옮기지 않는다는 점 등을 제품 홍보에 적극 활용한다. 그렇다고 신기술 개발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신제품 마케팅 디렉터인 스티브 언쇼는 “2001년 선보인 브이-로드의 경우 첫 드로잉에서 제품 출시까지 6년이 걸렸다”면서 “오랜 세월 디자인을 책임져온 윌리 G. 데이비슨이 제시한 유연한 곡선을 만들기 위해 용접 대신 공기를 불어넣는 새 공법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밀워키/글·사진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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