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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백악관 회의에 참석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26일 백악관 회의에 참석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장악 시도가 이어지면서, 미국 국채시장에서 30년만기 국채 금리와 2년만기 국채 금리간 차이가 26일(현지시각) 3년 7개월 만에 최대로 커졌다.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기대로 단기금리가 하락하는 것과 반대로 장기 금리가 상승세이기 때문인데, 이는 연준의 ‘인플레이션 억제’가 실패할 것이라는 ‘연준 불신 트레이드’의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마켓워치 집계를 보면, 26일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거래일보다 0.04%포인트 떨어진 연 3.69%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0.03%포인트 올라 연 4.92%로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장단기 금리차는 전날보다 0.07% 포인트 커진 1.23%포인트에 이르게 됐다. 이는 2022년 1월7일(1.25%포인트) 이후 가장 큰 것이다.

경기후퇴 조짐이 있을 때 등 특별한 국면이 아니면 만기가 긴 채권의 금리가 단기 채권 금리보다 높다. 30년만기 미 국채 금리는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7월 사이 2년만기 국채 금리보다 낮은 ‘금리 역전’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지난 4월 이후 장기 금리가 상승하면서 차이를 계속 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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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의 장단기 금리차 확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리사 쿡 연준 이사 해임 통보가 촉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의장을 향한 사임 압박이 통하지 않자, 연준 이사회 장악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연준의 이사 7명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은 지난달까지는 미셸 보우먼과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2명뿐이었다. 이달 초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가 임기 도중 사임하자, 트럼프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 스티브 미란을 후임으로 지명했다. 이번에 쿡 이사를 해임하고 새로운 사람을 임명하면 7명 중 4명이 친트럼프 인사로 채워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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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의 독립성을 흔드는 이번 조처에 대한 우려는 뉴욕 증시로는 번지지 않았다. 다우지수는 0.3%, 스탠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0.41%, 나스닥지수는 0.44% 각각 올랐다. 달러지수도 0.04% 하락에 그쳤다.

그러나 채권시장에선 ‘연준 불신 트레이드’가 조용히 퍼지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장단기 금리차 확대는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움직임”이라고 27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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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는 “(쿡 이사 해임 시도는) 연준 독립성 훼손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것이 달러 약세와 장단기 금리차 확대라는 즉각적인 시장의 반응을 설명해준다. 이는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제이피(JP)모건 애셋 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프리야 미스라의 말을 전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