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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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달라진 걸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비단 두 달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불과 한 달 전 발언과 지난달 28일 금리 인하 뒤 기자회견 자리에서 한 말 사이 간극이 큰 탓이다. 이 총재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꼼꼼하게 체크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 총재의 변신을 어떻게 풀이할까. 3명의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이야기를 들었다.

가계부채 리스크 → 경기 하방 리스크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채권담당)는 2일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부동산) 수요가 꺾였고 더 (가계부채가) 악화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며 “이런 판단 아래 이 총재의 관심 사안이 변화한 듯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한 가계 대출 규제가 올 하반기 강화되며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던 가계 부채가 진정세로 돌아선 만큼, 통화 정책의 과녁을 ‘경기’로 돌린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지난 8월은 물론 금리를 한 차례 내린 지난 10월 금통위 뒤 회견에서도 ‘금융 불균형’(높은 가계부채 비율을 의미) 해소를 통화정책의 핵심 과제로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금통위 뒤 회견에선 미 대선 결과 파장에 대해 언급을 하며 경기 충격에 좀 더 무게를 싣는 발언을 내놨다.

1400원 닿은 환율 더 오르면 어떻게? 

“한은이 환율을 보는 시각과 구도가 달라졌다”란 반응도 나왔다.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 애널리스트가 이런 경우다. 공 애널리스트는 “한국이 통화정책으로 환율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인정한 것 같다. 오히려 금리 인하로 경제가 살아나고 성장률을 올리면 장기적으로 통화 약세가 해소될 거라고 기대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박상현 아이엠(iM)증권 이코노미스트도 “미국의 금리 정책, 달러화의 추이가 원화에 더 영향을 미친다. 경기 펀더멘탈이 개선되면 원화 약세가 제한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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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는 그간 금리 인하가 어렵다는 취지로 종종 고환율 상황을 강조했다. 지난 10월 미국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 총재는 “환율 상승이 빨라 통화정책의 고려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했다. 통상 내외 금리 차가 커지면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 가능성이 커져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진다. 그러나 이 총재는 11월 금통위 뒤 회견에선 “ 환율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물가 상승률이 안정됐다”고 했다. 환율에 대한 경계심이 한층 누그러진 언급이다.

이례적인 부총재의 ‘소수의견’

이번 금통위 결정의 특징 중 하나는 한은 부총재(유상대)가 소수 의견(동결)을 냈다는 점이다. 자칫 한은 1인자인 총재와 2인자인 부총재가 상당한 시각차를 가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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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들도 구구한 추측을 한다. “(금통위 회의에서) 설전이 오갔고, 결과는 인하지만 고민은 많았다는 메시지”(공동락), “총재가 경기 부양을 해야 한다는 정부 쪽 의견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거다”(박상현)라는 반응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포워드 가이던스(3개월 전망)도 3대3으로 갈렸다. 격론의 방증”이라며 “2차례 연속 금리 인하는 금융위기 이후 없었다. 현 상황이 그에 견줄 상황인지 논의가 활발했을 것 같다”고 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