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애상담을 해줄 때 가장 곤혹스러운 지점은 상대가 원하는 답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릴 때의 난 눈치 없이 이 형식적인 절차에 진지하게 임했다. 영글지 못한 연애들은 대체로 어리석은데다, 나는 무려 50대의 혜안을 지녔다고 착각하고 살던 20대였으니. 잘 안다고 자부하는 가까운 친구들에 대해서는 가히 독심술만으로 신점을 보는 경지에 이르렀다. 물론 그 결과가 늘 좋은 건 아니다. “걔는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아.” 여과 없이 정직한 분석 결과를 내뱉으면 그 즉시 충격과 배신감이 서린 친구의 눈빛을 마주할 수 있다.
그날도 다르지 않았다. 항상 거짓말을 하고, 관계가 지속될수록 입이 거칠어진다는 애인에 대한 고민을 듣게 됐다. 난 위로를 원하는 친구를 기꺼이 실망시킬 준비가 되어있었다. “헤어지기 힘든 건 알지만, 계속 만나면 너만 상처받을 거야.” 포기를 모르는 나는 논리적으로 친구를 설득했고, 그녀는 반박하지 못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그만하자고 단호하게 말해야겠어.” 마침내 받아들인 듯 체념한 듯한 친구의 말투에 호승심에 도취되어 몇 걸음 더 나아갔다. 이번엔 꼭 이별에 성공하고 좋은 사람 만나야 해? 또 못 헤어지면 그건 네 잘못도 있는 거야. 흐지부지 넘어가고 또 나한테 우는소리 하면 안돼. 상상만 해도 한심하다. 짐짓 으름장까지 놓으면서.
하지만 세상 모든 사람이 연애의 정답만 좇을 수 있다면 불행한 사랑을 그리는 드라마들은 왜 그리 성행하겠는가. 며칠이 지나 친구는 결국 남자친구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보고 싶다고 기운 없이 말했다. 나름 열을 올리며 상담을 했던 나는 그녀가 괘씸했던 것 같다. 샐쭉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대답을 던진 채, 친구도 나도 그 주제에 대해선 영영 입을 다물게 됐다. 더 이상 너의 연애에 같이 화내주지 않으리라. 어차피 자기 인생인데 , 거두지 못한 업보는 자기가 감당하고 살라지 . 그런 못된 생각을 했던 것도 같 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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