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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상사’ 스틸컷. tvN 제공
‘태풍상사’ 스틸컷. tvN 제공

1997년 외환위기를 헤쳐나가는 사람들을 그린 드라마 ‘태풍상사’가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당시 시대상을 그대로 재현한 ‘타임캡슐’ 같은 고증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티브이엔(tvN) 토일 드라마 ‘태풍상사’는 지난 26일 6회 기준 전국 가구 평균 시청률 8.9%를 기록하며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에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태풍상사’의 시청률은 지난 11일 1회 5.9%로 시작해 꾸준한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한국 콘텐츠 경쟁력 전문 분석 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서 발표한 10월 4주차 티브이-오티티(TV-OTT) 드라마 부문에서도 화제성 1위에 올랐다. 출연자 화제성에서도 이준호는 1위, 김민하는 4위에 올랐다. 넷플릭스에서도 글로벌 톱10 티브이(TV) 비영어권 부문에 2주 연속 진입했다.

‘태풍상사’ 스틸컷. tvN 제공
‘태풍상사’ 스틸컷. tvN 제공

‘태풍상사 ’의 흥행 원동력 중 하나는 완성도 높은 시대 재현이다 . 1990년대가 ‘타임캡슐 ’을 연 것처럼 고증됐다는 평이다 . 극 중 태풍상사 사장의 아들로 회사를 이어받게 된 강태풍 (이준호)은 압구정 일대를 누비며 춤추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일명 오렌지족이다. 이를 위해 1990년대 유행한 가죽 재킷과 청청 패션 , 워커, 귀걸이, 헤어 피스를 활용한 브릿지 등을 재현했다. 강태풍을 연기한 이준호도 사비로 당시 감성을 담은 의상을 구입하는 등 시대 재현에 특별히 공을 들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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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상사’ 속 무역회사 태풍상사 직원들의 모습. 티브이엔 제공
‘태풍상사’ 속 무역회사 태풍상사 직원들의 모습. 티브이엔 제공

태풍상사의 다른 직원들 역시 1990년대에서 튀어나온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차선택(김재화) 차장의 갈매기 눈썹과 입술 라인을 진하게 그린 화장법, 구명관(김송일) 이사의 잠자리 안경과 팔토시, 배송중(이상진) 대리가 당시 인기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 강민을 따라한 헤어 등 그때 을지로 직장인들의 모습이 그대로 복원됐다. 이들은 그 시절 티브이 프로그램 출연자 등이 쓰던 서울 사투리까지 구사하며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1990년대의 생활 방식 또한 세밀하게 복원됐다. 겨울 아궁이의 연탄, 종이 지도를 보며 하는 운전, 방향제처럼 쓰였던 모과 바구니, 아버지의 마음이 담긴 통장 편지, 알루미늄 도시락,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연상케 하는 중산층 인테리어 등이 드라마에 등장한다. 또 알까기, 뜨개질로 여가 시간을 보내고 만화책 ‘먼나라 이웃나라’를 통해 외국을 알게 됐으며 생일에 추억의 옛날 생크림 케이크가 식탁 위에 올라온 장면 또한 공감을 자아낸다. 강태풍이 부산을 찾아가는 에피소드에서는 안전화의 밑창에는 “최고의 품질을”이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이 또한 신발 산업의 중심지였던 부산의 역사를 담은 디테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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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상사’ 속 시대상을 보여주는 장면들. 통장 메시지, 연탄, 방향제 대신 쓰인 모과, 옛날 차와 번호판이 등장한다. tvN 제공
‘태풍상사’ 속 시대상을 보여주는 장면들. 통장 메시지, 연탄, 방향제 대신 쓰인 모과, 옛날 차와 번호판이 등장한다. tvN 제공

이와 함께 지금은 쉽게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의 온기 또한 그려내기 위해 애썼다고 제작진은 강조한다. 장현 작가는 “아이티(IT) 기업의 영업사원으로 일했을 당시 선배들이 이야기해줬던 휴대폰 없던 시절의 영업 무용담이 참 재미있었다”며 “시대 고증을 표현하는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중에서도 온기를 표현하고 싶었다. 집에 열쇠가 없으면 엄마가 올 때까지 기다리던 옆집이나 아랫집, 버스에 타면 말없이 내 짐가방을 훅 가져가 무릎에 올려놓던 아주머니, 지하철에서 다 본 신문을 접어 건네주던 손길 등 그 사람들 사이에 흐르던 온기가 내가 생각한 그 시대의 디테일”이라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