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많이 알고 있음에도 가장 숙고되지 못한 ‘십계’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
김진호 외 9인 지음/글항아리·1만5000원
십계. 유대인이 사막을 떠돌 때 야훼가 모세를 통해 전해준 10가지 계율로 안다.
책은 그 십계가 진짜 십계가 아니라고 말한다. 떠돌이 부족한테 웬 성문법? 십계는 기원전 7세기 유다국 요시야 왕 때 법을 통해 나라를 통치하고, 국가의 주인은 백성임을 선포하는 장치로 고안됐다고 본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법이 옛 조상이 아니라 ‘여기 살아있는 우리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점이다. 21세기 한국에서 우리는 십계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그것이 책의 취지다.
기독교가 가진 배타성의 뿌리인 ‘나 외의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 이는 야훼를 중심으로 전 민족이 단결하자는 정치적 주문일 뿐이다. 지은이는 본디 유일신론은 배타성과 거리가 먼 개념인데, 워낙 오해의 골이 깊은지라 그 개념이나 용어는 폐기하는 게 좋겠다고 말한다. ‘하나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라’. 지은이는 이를 두고 “너희는 나를 절대로 알 수 없으니 알려고 하지 마. 그러다 다쳐”라고 푼다. 신을 빙자해 뭔가 획책하는 인간의 오만에 대한 경종이랄까.
‘안식일을 지키라’, ‘살인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는 ‘지금 여기’로 끌어와 재해석한다. 안식일은 사회안전망으로서의 기본소득과, 살인은 벼랑으로 내몰려 자살을 택하는 저소득층 문제와, 도둑질은 전세금, 카드빚 등 제도적 수탈과 결부시킨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학대받는 아이들 처지에서, ‘간음하지 말라’ ‘남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는 여성주의 시각에서 재고할 것을 권한다. ‘이웃의 소유를 탐하지 말라’,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라’의 현재적 의미는 ‘그때 거기’와 비슷하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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