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시대, 방위비분담금 바로 알기
박기학 지음/한울아카데미·1만6000원
지난 2015년 10월12일 미국 뉴햄프셔주 맨체스터 유세현장에서 하버드대에 다니는 최민우씨는 연단 앞으로 나가 당시 공화당 대선주자였던 도널드 트럼프에게 물었다.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싶습니다.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비용으로) 매년 8억6100만 달러(9800억원)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4일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폭스 뉴스>에 나와 “우리는 한국을 사실상 공짜로 방어하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트럼프는 최씨의 말에 이렇게 답했다. “잠시만요. 실제 가치에 비하면 그건 푼돈입니다. 푼돈이에요.”
박기학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평화통일연구소 소장이 쓴 <트럼프 시대, 방위비분담금 바로 알기>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주장은 그가 해온 수많은 거짓말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 박 소장은 국내외 자료들을 폭넓게 섭렵하고 국방부 등 정부기관에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해 한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수준의 불법적이고 비합리적인 방위비 분담의 현실을 드러낸다.
2013년 제9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협상 당시 미국은 한국의 분담금 증액을 요구했다. 2010년 기준 한국의 방위비분담금 7904억원은 주한미군의 비인적 주둔비 총액 1조6845억원(미국 부담분 8941억원)의 46.9%밖에 되지 않아 한-미가 절반씩 분담하기로 한 합의에 못 미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미국이 빼 놓은 부분을 넣어 다시 계산하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한국의 간접지원과 직접지원 중에서도 카투사 운영비, 민간인 소유 부동산 매입비, 미군기지 이전비 등이 그것이다. 이걸 방위비분담금과 합치면 한국 국방부 집계를 토대로 한 2010년 기준 주한미군 지원액은 모두 1조6749억원이다. 같은 해 미국 정부예산에서 주한미군의 비인적 주둔비는 8941억원이었다. 이 수치들로 재계산하면 한국의 분담률은 65.1%가 나온다. 평통사가 계산한 이 결과를 두고 국방부의 방위비분담 담당자는 평통사 쪽과 통화에서 “방위비분담금 20년 역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사건”이라며 놀랐다고 한다.
한국 분담비율 65.1%라는 수치도 국방부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고 이마저도 평통사의 판단으론 빠진 항목이 많다. 6967억원에 이르는 미군기지 이전비용 외에도 △토지 임대료 저평가분 5648억원 △미군의 탄약 저장·관리비 973억원 △탄약고 부지·시설비 같은 간접비, 부대 운영비 등이 빠져 있다. 이 모두를 포함하면 한국의 방위비분담률은 무려 77.2%에 달한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방위비분담금의 근거가 되는 것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소파) 제5조에 대한 특별조치협정(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이다. 소파 제5조 제1·2항을 보면, 한국은 주한미군에 시설과 부지만 제공하면 되고, 나머지 주한미군의 모든 운영 유지비는 미국이 대야 한다. 미국도 이런 점을 알기에 소파 제5조의 적용을 잠정적으로 중단하는 특단의 조처를 하도록 한국에 강제했다. 그것이 “소파 제5조 제2항에 규정된 경비에 추가해서 주한미군의 한국인 고용원의 고용을 위한 경비의 일부를 부담하며,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다른 경비의 일부도 부담할 수 있다”고 한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이다.
조항에선 ‘일부’라고 했지만, 실제론 대부분이 됐고, 잠정적 조처는 1991년 시행 뒤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항시적 조처가 됐다. 이제는 미국이 부담해야 할 막대한 미군기지 이전 경비까지 대부분을 방위비분담금 틀에 넣어 한국에 떠넘기는 방도로 활용되고 있다. 그리하여 2017년도 한국 국방예산 중 주한미군 관련 예산은 4조6752억원에 이른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비용도 처음보다 6조원이나 늘어난 16조원이 됐고, 양국이 절반씩 부담한다는 공표 사실과는 달리 92%를 한국이 내게 됐다.
국방부는 올 초 낸 <2016 국방백서>에선 한반도 방위의 핵심역할을 주한미군이 맡고 있다며 방위비분담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지은이는 “한국의 방위비분담이 과도할 뿐만 아니라 한국의 안보·재정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불법적·비합리적인 것”이라며, 나아가 주한미군이 과연 한국 방위의 핵심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 그 자체를 의심하고 따져봐야 한다고 얘기한다.
지은이가 보기에 북한보다 44배나 더 많은 국방비를 쓰는 한국은 전투력·국력에서 이미 북을 훨씬 능가한다. 한국은 이미 대북 억지 역할의 대부분을 떠맡을 정도로 자체 방위능력을 갖췄다. 유(U)-2 정찰기나 정찰위성, 핵 억제력 등은 미국에 의존하나, 대부분의 전략전술 신호정보와 전술영상 정보 등 정보전력도 거의 100% 자립 단계에 와 있다. 주한미군의 기능도 대북 억지에서 중국·러시아를 포함한 동아시아와 중동 등 글로벌 차원의 미국 세계전략 수행 쪽으로 그 무게를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
박 소장은 다시 트럼프에게 되묻는다. ‘파병국이 주둔비를 댄다’는 국제적 원칙까지 무너뜨리면서 주한미군 비용의 대부분을 한국이, 그것도 편법 내지 불법적으로 대는 것이 온당한가?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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