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앞에서 l 김해원 지음, 한티재, 3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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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쿠데타 시도이자 헌법 제84조가 명시한 ‘내란’이 일어난 것이다.”

윤석열의 뜬금없는 ‘비상계엄’ 선포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힌 그날, 한 헌법학자가 쓴 일기의 한 문장이다. ‘내란 앞에서’는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와 그 이후 이어진 헌정 질서의 혼란을 배경으로, 지은이가 현장에서 겪은 경험과 사유, 학문적 대응을 기록한 작업이다.

지은이는 계엄 사태를 헌정 질서에 대한 중대한 위기로 인식하고, 연구자이자 시민으로서 일지와 연구를 병행한다. 한동훈·한덕수의 당정 공동 국정운영 발표, 지난했던 탄핵과정, 윤석열 체포와 석방, 초조했던 탄핵심판 결과 기다림 등 어느새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고 있던 긴박했던 순간들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살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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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는 계엄 선포일부터 1년간 이어진 기록으로, 거리 시위 참여와 헌법적 고민, 그리고 급박하게 전개된 위기 속에서 한 헌법학자가 현실과 어떻게 마주하고 실천했는지 그 감정과 판단을 담고 있다. 제2부는 두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첫째는 사태 이전 발표된 칼럼을 통해 계엄이 돌발적 사건이 아니라 반복된 위헌적 행태와 권력 남용의 누적된 결과였음을 드러낸다. 둘째는 사태 이후 기존 헌법학이 충분히 다루지 못했던 새로운 쟁점들에 대한 학문적 대응 과정을 제시한다.

지은이는 우리가 진정한 주권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권력의 헌법 유린에 맞선 이번 경험을 ‘승리’로 기억하기보다는 “권력으로부터 노골적으로 모욕당한 주권자의 부끄러운 시간이자 간신히 패배를 면한 아픈 기억으로 각인하고”, 이를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