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섯살 아이는 최근 축구에 빠졌다. 한달 전부터 시작한 어린이 축구 교실 덕분이다. 때마침 달아오른 월드컵 열기까지 더해졌다. 아이의 첫 사교육을 강권하면서 아빠는 조기 축구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래보다 잘하는 운동이 하나 있어야 해. 그러면 자신감도 커지고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좋거든. 남자들 사이에선 특히 더 그래.”
이탈리아에서 온 그림책 ‘비올라와 블루’ 속 주인공 비올라도 축구를 좋아한다. 어느날 비올라가 아빠에게 남자애들이 자기와 축구를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축구 교실 아빠’라면 어떻게 답했을까. 비올라의 아빠는 딸에게 묻는다.
“여자 친구들에게 같이 축구하자고 물어봤니?”
“아무도 안 한다고 했어요. 축구는 남자애들이나 하는 운동이래요.”
“어른들이 정해 준 고정관념에 익숙해지면, 결국 우리 스스로도 그 생각에 갇혀 버리게 된단다. 어린아이만 그러는 게 아니라 어른도 그럴 때가 있어.”
고정된 인쇄판이란 뜻에서 온 ‘스테레오 타입’(고정관념)의 강요는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 분홍색 색칠 그림책을 사고 싶었던 비올라의 친구 마르코는 “이건 여자애들 거잖아!”라는 엄마의 외침에 단념한다. 마르코는 슬펐지만 남몰래 눈물을 삼켜야 했다. 울다가는 놀림을 받거나 약해 빠졌다며 “여자 같다”라는 말을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비올라와 블루’는 화가인 아빠와 딸 비올라가 나누는 ‘성 역할 고정관념 타파 대담집’에 가깝다. 아빠는 과거에는 오히려 분홍색이 남자의 색이었고 파란색이 여자의 색이었다는 사실과 함께, ‘마녀’가 실은 누구의 명령도 따르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었던 당찬 여성들의 상징이었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주인공 이름 비올라(viola)는 이탈리아어로 보라색이란 뜻이다. 분홍과 파랑을 섞어야 완성된다. 작가는 비올라를 통해 우리 내면엔 결코 한 가지 색깔만 존재할 수 없다는 말을 전한다. 그럼에도 세상의 기준들이 ‘너는 그래야만 한다’며 보이지 않는 상자에 가두려 한다면 과감히 뛰쳐나오라고 말한다. 아빠의 이야기를 듣고 “상자 밖에 있는 게 훨씬 멋진 일”이라며 상자를 훌쩍 뛰어넘는 비올라처럼.
만화 같은 경쾌한 그림과 대화체 구성 덕분에 100쪽이 넘는 분량임에도 술술 읽힌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기 좋은 그림책이다. ‘부모인 내가 아이에게 어떤 색깔(성 역할)을 강요하고 있지 않은지’ 끊임없이 질문하게 한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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