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쓸모 있는 삶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수록작
최유안 지음 l 문학동네(2024)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나는 나의 눈으로 보고, 나의 귀로 듣고, 나의 목소리로 말한다. 타인에게서 흘러나온 파동은 모두 나의 시신경과 청각을 통해 여과되어 들어온다. 감각을 통해 들어온 정보는 내 뇌에서 처리돼 의미를 부여받는다. 그러니 모든 것을 ‘나’라는 프리즘을 통과시켜 받아들이는 내가 진실로 사랑하는 대상은 ‘나’일 수밖에 없다. 내가 ‘타인’이라 믿는 대상도 인식의 순간엔 결국 ‘나’라는 장치를 통과한 산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일까? 세상에 순수한 ‘나’는 존재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다 보면 조금 전에 내린 결론과 반대되는 결론에 도달한다. 세상에 고정되고 순수한 형상을 한 ‘나’는 없다. 왜 그런가. 우리는 매 순간 감각을 통해 들어온 외부자극을 받아들여 그것을 ‘나’로 삼기 때문이다. 내 감각과 내 뇌세포로 외부자극을 코딩해 받아들이지만, 어쨌든 원재료는 외부에서 온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세상에 순도 백 퍼센트의 ‘나’는 없다. 우리는 감각한 모든 사물과 조우한 모든 사람들의 조각을 얹어 매 순간 새로 태어나는 변동성 생물이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이러한 ‘나’와 그 외부 세상과의 관계 맺음에서 시작된다. 내 안에 존재하는 기존의 조각들이 외부에서 들어오는 새로운 조각들과 만나 복잡한 다툼을 벌이고, 나는 매 순간 사투를 벌인다. 이것이 내 이익에 부합하는가? 조금 전에 들어온 외부의 조각이 나라는 존재에게 알맞은가? 받아들여도 무방한가?
단편 ‘쓸모 있는 삶’은 나와 타인의 조각들이 서로 얽히는 순간 일어나는 파열음이라 불러도 좋을 이 문제들을 다룬다. 내 안에 있는 한 덩어리가 타인에게 건너갈 때, 그렇게 건너간 덩어리가 타인들이 이룬 더 큰 단위의 집합체로 이동해갈 때 일어나는 간극과 오해를 특정 직업에 종사하는 인물을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파열은 ‘통역’이라는 의미심장한 직업을 지닌 주인공이 평소 하지 않았던 ‘코디’를 맡게 되면서 시작된다. ‘언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 머물며 부분적으로 교신을 도와주면 되었던 평상시와 다르게 언어 바깥 영역에서 사적인 의견을 표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주인공은 혼란에 빠진다. 예외적인 경험을 하는 개인의 고뇌를 드러내는 이 과정에는 외국인의 시선을 통과한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반짝 떠올랐다 사라진다. 주인공이 제 입을 통해 나간 이야기들이 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수도권 집중, 출생률 저하, 사교육 과잉, 부동산 문제와 같은 한국 사회 문제를 이미지화하는 데 이용되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접하고 망연자실하는 장면은 결국 이 소설이 ‘이동’에 대한 질문임을 드러낸다. 사회가 문제라고 말하는 화두들, 그것은 진정 나의 문제인가? 혹시 나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데 외부에서 문제라고 명명해 건네주었기에 덥석 받아들여 문제라고 기계적으로 되뇌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작가는 주인공의 바깥으로 이동해나간 작은 조각이 타인의 스토리텔링 재료로 쓰이면서 형태와 결이 변형되는 장면을 통해 현대사회의 ‘소통’과 ‘생존’에 대한 의미심장한 물음을 던진다.
정아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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