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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도록 여론조사를 조작했던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도록 여론조사를 조작했던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사건’ 실체를 밝히려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도록 여론조사를 조작한 미래한국연구소의 진짜 주인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하지만 명태균·김영선·김태열·강혜경씨 등 관련자 모두가 “나는 주인이 아니다”라며 재판에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창원지법 형사4부(재판장 김인택)는 지난해 12월3일부터 지난 21일까지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명태균씨, 김영선 전 국회의원 등 ‘윤석열·김건희 부부 공천개입 의혹사건’ 관련 피고인 5명에 대한 3차례 공판준비기일과 9차례 공판을 열었다.

지난 21일 9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아무개(45)씨는 “김태열 소장이 미래한국연구소 대표이고, 관련된 서류 진행이나 업무는 강혜경씨가 했던 것으로 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김영선 전 의원의 비서관 출신으로, 2023년 7월16일 미래한국연구소 운영과 돈 문제 등을 두고 관련자들이 김영선 국회의원 사무실에 모여서 논의할 때 명태균·김영선씨 지시로 이를 녹음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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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재판에서 명태균씨는 “그날 회의에서 미래한국연구소의 실질적 운영자는 강혜경이고, 명의자는 김태열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또 나는 거기서 자문료로 월 200만~250만원을 가져갔을 뿐이라고 확인했다. 맞아요?”라며 김씨에게 확인하듯 되묻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20일 명씨는 페이스북에 자신을 ‘미래한국연구소 실질적 운영자’라고 쓰는 언론사와 기자를 상대로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글도 써올렸다.

명태균씨 주장처럼, 미래한국연구소 법인등기부등본에 그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2018년 8월22일 미래한국연구소 설립 당시 대표이사는 김영선 전 의원이 맡았다. 김 전 의원은 2019년 4월9일 대표이사직을 김태열씨에게 넘겼다. 김 전 의원은 “미래한국연구소 설립 목적에 ‘법률 연구 및 자문업’이 있었다. 그래서 변호사인 내가 대표이사를 맡았고, 실제 법률 자문을 했다. 하지만 대표이사직을 김태열씨에게 넘긴 이후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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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태열씨는 “미래한국연구소가 특정후보의 홍보성 여론조사를 해서 2019년 4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선거관리위원회 조사를 받게 됐다. 명태균씨가 ‘김영선 대표는 2020년 국회의원 선거에 나갈 예정인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이라도 받으면 정치생명이 끝난다’라며, 나에게 대신 대표를 맡아서 조사를 받으라고 했다. 당시는 김영선 의원의 정치 재기가 공동 목표였다. 이틀 동안 고민하다가 내가 희생하기로 결심하고 대표로 이름을 빌려줬고, 결국 벌금 500만원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나는 명태균씨 지시에 따라 외부 심부름만 했을 뿐 여론조사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알지도 못한다”고 덧붙였다.

강혜경씨도 “2013년 ㅈ리서치에 입사하면서 명태균씨를 처음 만났다. 서류상 명씨의 장모가 ㅈ리서치 대표이사였고, 명씨의 장인과 부인이 사내이사였다. 실제 운영은 명태균씨가 했고, 사원들 모두 명씨를 사장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명씨는 국세를 내지 않아서 신용불량자 상태였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대표를 맡을 수 없었다”라며 “미래한국연구소 역시 같은 이유로 명태균씨 이름은 공식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미래한국연구소 진짜 주인으로서 실제 운영한 사람은 명태균씨였다”고 말했다. 강씨는 또 “나는 줄곧 명태균씨 지시에 따라서 일했고, 여론조사 조작 역시 명태균씨 지시에 따라서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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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강혜경씨는 지난 16일 김건희 특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서 윤석열 전 대통령 22건, 홍준표 전 대구시장 23건, 오세훈 서울시장 18건, 박형준 부산시장 7건 등 문제가 있어 보이는 100여건의 여론조사와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