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방 직후 미군정 학무국의 문화 분야를 책임졌던 유진 크네즈(1916~2010) 박사는 한국 민속학을 연구한 학자다. 제2차 세계대전 시기 미군 대위였던 그는 해방 직후 미군정청 학무국의 문화 담당자가 된 뒤 한국의 문화와 전통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그 뒤 연구자로서 한국학 연구에 몰입했다.
훗날 그가 퇴직할 때까지 큐레이터로 근무한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에 기증한 자료 가운데 제주도 관련 문서는 200여쪽의 문서와 제주도 학술조사 당시 사진과 제주칠머리당 영등굿을 촬영한 희귀 컬러 동영상으로 구성됐다. 크네즈 일행은 당시 제주도 민요 7곡을 채록해 악보화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문서는 1946년 2월 하순부터 3월 초순까지 2주일 동안 한국 민속학 연구의 선구자 송석하(1904~1948) 선생이 단장으로 참여한 조선산악회 학술조사대의 명단과 이들이 착용했던 완장의 원본과 복사본, 출장 명령서 등이 있다. 해방 이듬해 미군정의 도움을 받아 진행한 조선산악회 학술조사대의 겨울철 한라산 조사 등 제주도에 대한 체계적인 학술조사는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될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학술조사대는 언어와 등산의학, 일반사회, 적설조사, 기상, 녹음, 영화, 사진, 채보반 등으로 구성돼 조사가 이뤄졌다. 이 시기 찍은 사진은 당시 제주읍내의 모습과 성산 일출봉, 학술조사대의 한라산 백록담 등반, 스키를 타고 관음사 앞에서 찍은 모습 등이 있다.
특히 학술조사 자료 가운데는 5분9초짜리 동영상이 있다. 이 동영상은 컬러 동영상이 2분9초까지 이어지고 나머지는 흑백 동영상이다. 컬러 동영상은 심방이 제주칠머리당에서 영등굿을 집전하는 모습과 부녀자들이 이에 맞춰 춤을 추고 기원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국내에서는 가장 이른 시기의 컬러 동영상으로 보이는 이 동영상은 당시의 제주 굿 의례와 도구, 제의방식 등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어 민속학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크네즈는 같은 해 경주의 신라시대 고분을 발굴했다.

이와 함께 크네즈가 미국공보원에 근무할 당시 작성한 문서는 한국전쟁 시기의 보고서들이다. 1951년 부산의 미국공보원 직원들을 제주도로 대피시키기 위한 계획, 제주도에서 미국공보원의 활동 가능성과 시설 확충을 위한 조사활동, 지역의 사무실 임대계약서 등이 있다. 영어와 한국어로 구성된 제주 4·3과 관련한 내용은 이때 작성된 것이다 .
대학 시절부터 인류학에 관심을 가진 크네즈는 1946년 전역한 뒤 1949~1951년에는 미국공보원의 운영 책임자로 근무하면서 한국전쟁 시기 김재원 국립박물관장의 요청을 받아 전쟁을 피해 소장 유물 2만여점을 부산으로 옮기기도 했다. 그는 1959년 한국의 농촌마을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61년부터 1978년 퇴직할 때까지 스미스소니언박물관에서 아시아 민속학 책임자로 활동했다. 그는 1995년 12월 우리 문화재 보호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은관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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