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학혁명에는 큰 줄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이야기들이 숨어 있습니다. 그 하나하나 소중한 이야기들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지난달 29일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 동학혁명기념관에서 만난 이윤영(67) 관장은 최근 펴낸 새 저술 ‘모두가 하늘이었다’를 “시작점”이라 표현했다. 단순한 출간이 아니라 동학을 보다 쉽게 풀어 대중에게 널리 알리기 위한 새로운 출발이라는 의미다.
동학혁명기념관에서 동학을 알리고, 전국의 동학 관련 행사를 빠짐없이 찾아가는 그가 4번째 펴낸 책이다.
이 관장과 동학과의 인연은 군 제대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깊은 방황 속에서 여러 종교·사상을 두루 탐색하던 그는 동학의 가르침을 접하면서 “내 삶에 개벽이 왔다”고 회고했다. “우리가 곧 하늘이라는 진리를 깨닫는 순간이었죠.”

이 깨달음은 이후 38년간 동학사상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삶의 방향을 결정지은 출발점이었다.
그는 천도교에서 동학농민혁명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전주에 세운 기념관이 1995년 개관할 때부터 사무총장으로 살림을 도맡았고, 2010년부터 15년째 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부터 동학을 다시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2024년은 수운 최제우 탄신 200주년이자 동학농민혁명 130주년이 되는 해였다. 이 관장은 “이 시점을 그냥 보낼 수 없었다”며 지난해 1월부터 74차례나 연재 형식으로 글을 기고했고, 이번 책은 그 글들을 보완한 결과물이다.
“수운 최제우 선생, 녹두장군 전봉준 선생 등 수십만 동학 선열들의 사상과 역사의 근원을 찾아 한 글자 두 글자 새겨본 글입니다. 글을 쓰다 힘들면 쉬었다 다시 쓰고, 성지와 유적지 순례를 다녀오면서 바람도 쐬어보면서 사상·역사·문학을 아우르면서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동학을 사람 이야기로 복원한
책 ‘모두가 하늘이었다’ 펴내
“동학은 민란이나 종교 운동 넘어
인간 존엄과 평화 등 향한 자각운동
동학 2차봉기 참여자들 서훈해야”
40년 가까이 동학사상 연구·실천
그는 수운 최제우의 구도와 득도, 해월 최시형의 도통 계승과 포덕, 그리고 동학농민혁명과 동학의병전쟁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흐름을 하나의 서사로 재구성했다. 책은 여시바윗골의 신비 체험, 용담정 창도 선언, 은적암에서의 경전 집필 등을 따라가며 동학을 사람 중심 이야기로 복원해낸다.
해월의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가르침, 혹독한 탄압 속에서도 ‘접’ 조직을 재건한 행적이 생생하게 담겼고, 우금티·백화산·대둔산 등지에서 이어진 항쟁 또한 촘촘히 조명했다. 특히 주변부로 취급돼 온 ‘동학의병전쟁’을 전국적 기포와 함께 정리하며 동학농민혁명을 ‘항일구국전쟁’으로 재해석했다. 그는 동학을 민란이나 종교 운동을 넘어, 인간 존엄과 자주·평화를 향한 근대적 자각 운동으로 제시했다.
책을 펴낸 것뿐 아니라 동학과 관련한 활동에도 두발 벗고 나선다. 올해 초에는 동학 관련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했고, 최근에는 동학농민혁명 참가자들의 ‘서훈’ 추진에 힘쓰고 있다. 이 관장은 동학서훈국민연대의 공동대표로서, 서훈 운동의 최전선에 있다.
그는 “동학 2차 봉기 참여자 서훈은 명예 회복이 목적”이라며 “희생한 분들의 이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예산 부담도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서훈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두고는 “일부에서 대상자가 7천명이라는 허위 정보가 퍼지고 있지만, 실제 유족은 480여명에 불과해 과장된 우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895년 명성황후 시해에 맞서 싸운 을미의병 참여자 149명을 독립유공자로 서훈한 정부가 불과 1년 전 동학농민군의 항일무장투쟁을 외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서훈이 결정된다면, 동학농민혁명 관련 인물들이 공식 독립운동사에 정식으로 포함되는 역사적 순간이 될 수 있다. 잊힌 이름들의 명예를 되찾는 일”이라고 했다.
“잊힌 이름들의 명예를 바로 세우고, 동학의 정신을 현재로 이어 붙이는 일.” 그에게 온 “개벽을 이제 시대에 돌려주는 일”이란다.
천경석 기자 1000pr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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