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찾은 충남 서천 비인면 장포리 바닷가. 어선 20여척이 주차장에 세워진 차들처럼 시멘트로 포장된 구역에 양옆으로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배를 육지에서 바다까지 끌고 갈 트랙터, 고기잡이 그물, 공중화장실과 컨테이너도 보였다. 주민들은 이곳이 ‘장포항’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도 앱에서 ‘서천 장포항’은 검색되지 않았고 이 땅의 지번도 표시되지 않았다.
장포항은 2007년께 공유수면을 메워 만들어졌다고 한다. 서천군이 지정권자, 개발주체, 관리청 모두에 해당하는 소규모 어촌정주어항이다. 공유수면(국가 소유의 바다나 하천) 매립 면허를 받으려면 국가 공유수면 매립기본계획에 먼저 반영돼야 한다. 하지만 장포항은 2001~2011년에 해당하는 제2차 계획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서천군 항만개발팀 관계자는 무허가 매립에 대해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정확히 알기 어렵다”고 했다.

서천군은 지난달 4일 충남도에 장포항이 들어서 있는 장포리 일원 4524㎡에 대한 공유수면 원상회복 의무 면제를 신청했다. 공유수면법상 무허가 매립은 원래대로 돌려놓는 것이 원칙이지만, 매립이 환경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공유수면 보전·이용·관리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되면 의무를 면제할 수 있다. 법적 요건을 갖추지 않고 개발해 20년 가까이 사용해온 장포항을 이제 합법적인 시설로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일부 주민은 무허가로 매립한 장포항이 국가 공유수면 관리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원상회복 의무 면제는 공유수면을 측량 오류 등 실수로 허가받은 것보다 더 매립했을 때나 가능해야 하지, 장포항처럼 애초 무허가에는 적용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서천사랑시민모임의 김용빈 대표는 “군이 불법 매립을 벌이면 개인이 바다에서 모래를 무단 채취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나. 장포항 개발이 필요하다면 (원상회복한 다음에) 정식으로 매립 허가를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충남도가 서천군의 의무 면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무허가 장포항은 사라지게 된다. 그럴 경우 포장도로, 물양장(소형 선박이 접안하는 부두), 컨테이너 등을 허물고 토사만 남겨야 한다. 서천군은 이로 인해 장포항 어민 30여명이 갈 곳을 잃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서천군 항만개발팀 관계자는 “인근 다사항과 달리 장포항은 무허가라 개발이 안 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의무 면제를 신청했다”며 “어항 자체가 사라지면 어민들이 흩어지고 어선과 폐어구 등의 관리가 어려워져 환경에 더욱 안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의무 면제를 승인하든 반려하든 과거의 잘못된 행정이 현시점에 부작용을 낳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충남도 연안관리팀 관계자는 “현재 서천군에서 서류 보완 작업을 하고 있다. 전문 기관 의견 검토 등을 거쳐 원상회복 의무 면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중곤 기자 kgo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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