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3칸(2단) 굴절버스를 운행하는 새 교통수단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시민단체들은 실시설계 용역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차량을 구입하는 등 사업을 강행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전시는 오는 12월부터 새해 4월까지 가수원네거리~유성온천네거리(6.2㎞) 구간에서 3칸 굴절버스를 운행하는 신교통수단 시범사업을 한다고 22일 밝혔다.
시의 추진 자료를 보면, 버스 운행 노선은 정림동~가수원네거리~유성온천네거리~충남대(7.8㎞) 구간의 간선급행버스체계(BRT) 도로다. 시는 노선 중 가수원네거리~유성온천네거리의 편도 7곳씩 왕복 정류장 14곳에서 정차해 승객이 승하차하는 시범운행을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 4월 기본·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하고 국제 입찰을 통해 차량 도입 계약도 마쳤다. 시범운행 차량은 중국중차(CRRC)가 생산한 길이 약 32m, 중량 51톤, 승차 정원 270명인 3칸 버스다. 동력은 전기(배터리)이고 가격은 대당 약 30억원이며, 시는 구매한 차량 3대를 11~12월 인도받을 예정이다. 총예산은 185억원이다.
하지만 도시교통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대전시가 ‘계획 수립→실시설계 용역→최적 차량 결정→차량 발주’ 절차를 밟지 않고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대중교통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굴절버스는 늘어난 승객을 효율적으로 운송하기 위한 대중교통 수단의 하나이고 대규모 운송 수단인 철도의 대안”이라면서도 “도입 필요성이 충분할 경우에 기본 계획을 마련하고 연구용역을 거친 뒤 최적의 교통수단을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을 내어 대전시 신교통수단 사업은 △이 버스를 왜 도입해야 하는지 명확지 않고 △버스 운행 구간의 노선버스와 간섭 가능성에 대한 대책이 없으며 △도로와 정류장 등 시설이 굴절버스를 운행하는 데 적합한지 검토도 충분치 않고 △굴절버스 도입 대상이 헤스(스위스 제작)에서 중국중차로 바뀐 이유가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 이광진 기획위원장은 “사업 핵심인 기반시설 계획이 확정되기도 전에 고가의 차량부터 구매한 것은 비정상적인 행정의 극치다. 사업을 서두른 이유가 내년 지방선거용 성과를 위한 것은 아닌지 의혹이 든다”고 비판한 뒤 “시는 지금이라도 여론을 듣고 원칙에 따라 사업을 투명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시 철도정책과는 “시범운행 구간은 직선도로이고 이미 간선급행버스체계가 운영 중이어서 굴절버스가 운행하는 데 무리가 없고, 차량 회전 반경은 17.5m이지만 차량 앞뒤에 운전석이 있어 기종점에서 차량을 돌리지 않고 운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굴절버스 운행 구간 교통 수요는 시범노선(6.2㎞)의 경우 올해 하루 7540명(러시아워 897명)에서 2030년 8934명(1063명), 전 구간(7.8㎞)은 2025년 8767명(러시아워 1043명)에서 2030년 1만388명(1236명)으로 예측됐다”고 설명했다.
시 도시철도계획팀 관계자는 “시민들이 국민신문고에 증차 등을 요청한 사례가 있고 지난해 9월 국회에서 ‘무궤도 굴절차량 도입을 위한 국제세미나’를 개최하고 기자간담회도 열었다”며 “노선버스와 간섭이 발생하면 버스 노선을 변경할 수 있다. 국제 입찰에 중국중차만 참여해 도입할 차량을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박용남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은 “대전시는 굴절버스 운행을 전제한 기초연구는 고사하고 용역도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도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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