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공화국 시절 대선 자금으로 조성한 5천억원이 금융실명제에 묶여 있는데 현 정권에서 지하경제 활성화를 위해 환급절차를 밟고 있다”고 사업을 하다 알게된 지인을 속여 364회에 걸쳐 수억원을 가로챈 사기범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ㄱ(49)씨를 검거했다고 20일 밝혔다. ㄱ씨는 2013년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액면금액 5천억원짜리 양도성 예금증서(무기명식)를 환급받으면 10%인 500억원을 수수료로 받게 되고 이중 120억원을 주겠다며 경비 명목으로 지인 ㄴ(59)씨로부터 364차례에 걸쳐 3억2700여 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ㄱ씨가 관리한다고 내세운 양도성 예금증서는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ㄱ씨는 자신을 ‘여당의 비선 라인’이라고 소개한 뒤 5공화국 시절 조성된 대선 자금을 관리하고 있다고 ㄴ씨를 속였다. ㄱ씨는 가짜 청와대 종합상황실장 이름이 적힌 허위 문건을 보여줘 ㄴ씨를 안심시켰다.
ㄱ씨는 앞서 청와대 총괄실장을 사칭해 건설업자로부터 9천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돼 서울남부지법에서 재판을 받던 중 선고기일에 출석하지 않고 도주했다가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 경찰은 ㄱ씨를 체포해 서울남부지법에 신병을 인계했다.
ㄱ씨는 2005년 ㄴ씨와 사업상 알게 됐다가 같은 해 사기 혐의로 구속돼 구치소에 있으면서 변호사 선임비용과 사건 피해액 배상금 등 ㄴ씨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이후 출소 후 은혜를 갚겠다며 연락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는 범행으로 얻은 돈은 생활비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김영환 기자 yw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