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에서는 ‘행복’이 넘친다?
김현풍 서울 강북구청장이 내년에 구 안에 신설될 중·고등학교의 이름을 자신이 운영하던 치과의원과 같은 이름으로 지으려고 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강북구청은 지난 1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행복 중·고등학교 교명 제정에 따른 서명 안내’라는 유인물을 서명지와 함께 동사무소에 보냈다. 1월 유인물의 내용을 보면, 아무런 근거도 없이 “(가칭) 미양 중학교, 삼각산 고등학교 교명은 유독 지역 특성만을 고려해 대다수 주민이 공감할 수 없다”며 “대다수 주민은 행복 중·고등학교로의 명칭 제정을 기대하고 공감하고 있다”며 서명 운동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강북구청은 현재 213억원을 들여서 미아동 837-4 일대에 내년 3월부터 공립 중·고등학교를 개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동사무소의 공무원과 통장 등이 나서서 6만3238명의 주민들로부터 찬성한다는 내용의 서명을 받았다. 이 내용은 7월 성북교육청 교명제정 자문위원회에 보내졌고, 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여 학교 이름을 행복 중·고등학교로 결정했다.
여기서 문제가 제기됐다. 김 구청장의 아들이 미아동에서 운영하고 있는 치과의원의 이름이 ‘행복을 만드는 치과의원’이기 때문이다. 김 구청장은 2002년 구청장이 되기 전에 ‘김현풍 치과의원’이라는 이름으로 이곳을 직접 운영했다. 김 구청장은 구정 목표도 ‘행복을 만드는 강북구’로, 구청 강당 이름도 ‘행복 대강당’으로 바꿨다.
논란이 불거지자, 서울시 교육청 교명제정 심의위원회는 지난 25일 회의를 열어 강북구에 새로 지어질 중·고등학교의 이름을 ‘행복’이 아닌 ‘미양’으로 결정했다. 이 결정은 현재 서울시 교육위원회와 서울시 의회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영심 강북구 의원은 “사립학교라면 설립자의 생각에 따라 행복·평화 등의 이름을 쓸 수도 있으나, 공립학교의 이름을 지역 특성을 무시하고 구청장의 선호에 따라 붙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최규식 국회의원(민주당)도 서울시 교육위원회에 보낸 의견서에서 “구청·동사무소·통반장 등 행정조직을 이용해 6만여명의 찬성 서명을 받은 것은 주민의 의사를 왜곡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강북구 관계자는 “김 구청장이 2002년 당선 뒤로 다른 정치적 의도 없이 행복이라는 구정 목표를 퍼뜨려 왔고, 학교 이름도 그런 취지에서 지으려고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