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22일 경북 안동시 일직면 산불 피해 이재민 임시 조립주택 단지에서 황기성(88)씨가 자녀들과 함께 새로 지은 집으로 이삿짐을 옮기고 있다. 임시 조립주택 생활을 마치고 새집으로 이사한 황기성씨는 “올해 추석은 새집에서 가족들과 보낼 수 있어서 좋다”고 명절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다른 10여가구는 아직도 임시 조립주택에서 살고 있다. 이봉춘(86)·권오필(85)씨 부부도 새집으로 이사 갈 날만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새집 완공 시기는 지난 3월에서 6월로, 다시 오는 11월 말로 미뤄졌다. 지난 5월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암 수술을 받은 이씨는 “죽기 전에 새집에 좀 들어가 보고 죽으려고, 제발 집 좀 지어달라고 업체에 사정했다”고 말했다. ‘자식들과 증손주들까지 와도 다 같이 자고 갈 수 있을 정도로 컸던’ 그 집이, 지난해 봄 이 일대를 휩쓴 산불에 흔적도 없이 타버렸다. 세간살이와 제사용품도 모두 잿더미가 됐다. 이제는 손님이 다섯 명만 와도 밥을 해 먹을 그릇이 부족하다. 임시 조립주택은 좁아 자고 갈 공간도 마땅치 않다. 아들들이 찾아와도 잠시 앉았다가 점심 한 끼를 먹고 돌아간다.

같은 단지에 살고 있는 임아무개 할머니는 홀로 생활하고 있다. 산불로 남편을 잃고 이곳에 왔다. 이곳에 오고 나서 장보기도 쉽지 않다. 할머니가 살던 마을은 단지 길 건너 산쪽에 있었다. 산불이 난 뒤 주민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할아버지도 마을도 사라졌다. 평소 외출도 거의 하지 않는다. 버스가 오전에 세 번, 오후에 두 번 오는데 시간 맞추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병원 가는 날 버스 타고 나간 김에 장도 보고 돌아온다.

“집이 다 타버리기 전에는 명절이면 자식들이 집에 왔죠”라며 지난 명절을 되새기던 할머니는 “이곳에 오고 나서부터는 첫째 집으로 역귀성을 한다”라고 전했다.


사진 이승배, 글 김혜윤 기자 photo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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