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미국 와이오밍주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 내에서 포착된 회색곰 ‘399’와 새끼들의 모습. 새끼들과 자주 모습을 드러내 인기를 얻었던 399가 지난 22일(현지시각) 자동차 충돌로 사망했다. AP/연합뉴스
지난 2020년 미국 와이오밍주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 내에서 포착된 회색곰 ‘399’와 새끼들의 모습. 새끼들과 자주 모습을 드러내 인기를 얻었던 399가 지난 22일(현지시각) 자동차 충돌로 사망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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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새끼들과 자주 목격돼 많은 인기를 얻었던 회색곰 ‘399’가 동물찻길사고(로드킬)로 세상을 떠났다. 올해 28살인 399는 미국 서북부의 그랜드티턴 국립공원 안에 서식하며 지금까지 총 18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회색곰은 보통 사람과 도로를 피하지만 399는 종종 새끼들을 데리고 도로변을 걸어 관광객과 주민들에게 관심을 받아왔다.

미국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24일(현지시각)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곰이자 ‘그레이터 옐로스톤 생태계’에서 가장 오래 번식한 암컷 회색곰 399가 22일 와이오밍주 잭슨시 남쪽에서 차에 치여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그레이터 옐로스톤 생태계는 399가 서식했던 그랜드티턴 국립공원과 이에 인접한 미국 최대 국립공원인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아우르는 지역을 뜻한다.

올해 28살인 399는 새끼들을 데리고 번잡한 도로변을 거닐어 그동안 수백만 명의 사랑을 받아왔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보도를 보면, 매년 봄과 여름이 되면 사진작가들과 관광객들이 399와 새끼를 보기 위해 국립공원으로 몰려들었다. 399의 초상화는 책 표지가 되기도 했고, 미술관에 작품으로 걸리기도 했다. 399를 소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의 팔로워는 5만7000여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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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회색곰 399가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 인근 도로에서 새끼 네 마리를 데리고 도로를 건너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020년 회색곰 399가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 인근 도로에서 새끼 네 마리를 데리고 도로를 건너고 있다. AP/연합뉴스

현재 사고 경위는 불분명하지만 22일 밤 399는 새끼 한 마리와 도로 근처에 있다가 사고를 당했고, 다행히 새끼는 무사하지만 아직 행방이 알려지지는 않았다고 공원 관계자는 설명했다. 잭슨시에서 야생동물 여행사를 운영 중인 잭 베일스는 뉴욕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399는 우연한 기회에 회색곰 종을 대표하는 홍보대사가 됐지만, 그동안 정말 훌륭히 역할을 해왔다. 결코 이렇게 죽어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며 슬퍼했다. 그는 399가 딸이 낳은 ‘손주 곰’들과 술래잡기를 하며 노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다면서 “친절하고 온화한 영혼을 지닌 곰”이었다고 회상했다.

관계자들은 399가 도로 주변에 자주 나타나긴 했지만,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새 모이를 훔치는 등 인간에게 위험한 행동은 거의 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를 더욱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도로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곰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 회색곰 연구팀의 프랭크 반 마넨 박사는 “이 지역에서 해마다 평균 3마리의 곰이 자동차 충돌로 죽고 있으며 올해만 해도 399를 포함해 두 마리가 사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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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곰 399를 소개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 팔로워가 5만7000명에 달한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회색곰 399를 소개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 팔로워가 5만7000명에 달한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그러나 차량 사고보다 더 회색곰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야생동물 관리 정책’이라고 반 마넨 박사는 지적했다. 올해에만 이 지역에서 사망한 곰은 70마리에 달하는데, 주로 방목 중인 소나 인간에게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사살됐다. 회색곰은 한때 미국 전역에서 사냥, 덫, 독살 등으로 멸종위기에 처했었으나 1975년 미국 정부가 회색곰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보호하며 현재는 와이오밍·몬태나·아이다호주에 걸쳐있는 그레이터 옐로스톤 생태계에 100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회색곰의 개체 수가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여전히 서식지 파괴나 인위적 개발에서 자유롭지 못해 멸종위기종에서 제외해선 안된다는 여론이 대립하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