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시 화포천습지과학관 개관 기념행사에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인 황새가 방사 직후 폐사한 것과 관련, 공공 행사에 동물을 ‘소품’처럼 동원하는 관습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동물자유연대는 ‘김해시 방사 행사 중 사망한 황새, 생명을 수단화하지 않을 행정의 기본 원칙을 요구한다’는 성명을 내 “이번 사건의 본질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동물을 바라보는 인식 그 자체에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5일 경남 김해시는 화포천습지과학관 개관식 행사 때 황새 3마리를 방사했다. 그러나 한 마리는 날아보지도 못하고 폐사했다.

관련 보도를 보면, 방사 행사에 동원된 황새는 문을 연 뒤에도 스스로 새장에서 나오지 못했다. 그러자 관계자들은 황새 부리를 잡아당겨 강제로 끌어내 방사했고, 끌려 나온 황새는 비틀거리다가 이내 쓰러졌다. 사육사들이 급히 응급처치를 시행했지만, 결국 사망했다.
이후 이날 방사 행사에 동원된 황새 3마리가 그늘막도 없는 햇빛 아래에서 약 1시간20분 이상 좁은 새장에 갇혀 있었던 것이 알려지며 ‘동물 학대 논란’이 일었다. 당시 기온은 22도 안팎으로 황새가 새장 안에서 과열과 탈진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동물자유연대는 “정부·지자체 등 공공기관에서조차 동물을 ‘연출용 오브제’ 정도로 취급해 온 사고방식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결과”라며 “다양한 동물의 서식지인 습지의 가치를 알리고 보전하기 위해 설립한 시설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도구로 이용되다 죽음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지자체의 모순된 시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공공행사에서 동물이 소품처럼 다뤄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기념행사에서 비둘기 방사 행사가 90회 이상 진행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행사 뒤 도심에 정착한 비둘기는 골칫거리 취급을 받으며 최근에는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게 됐다. 단체는 전남 순천시 ‘순천만국가정원’이 최근 ‘어린이 동물원’이라는 이름으로 북극여우와 물범을 비롯한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등 동물 40종, 200여 개체를 전시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모범을 보여야 할 지자체가 사설동물원과 다름없는 방식으로 동물을 오락으로 소비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날 목숨을 잃은 황새는 기념식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소품이 아니”라면서 “어엿한 삶의 주체를 고작 연출 도구로 전락시킨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 행정 전반에 걸쳐 동물을 도구로 삼을 수 있다는 인식이 구조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며 “앞으로 공공기관은 행사에 동물을 동원하지 않을 것을 원칙으로 선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해서부경찰서는 한 민원인이 이날 홍태용 김해시장과 개관식 담당 공무원, 수의사, 사육사 등을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