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영남 현역의원 27명(43.5%)이 교체된 ‘피의 목요일’에도 살아남은 이들의 뒤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최측근이라거나 학연 등으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이들이 있었다.
지난해 경선 선대위 대변인을 맡으며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급부상한 박형준(부산 수영) 의원은 무난하게 재선에 도전하게 됐다. 대선 때 ‘한반도대운하 티에프팀장’을 맡았던 박승환 의원은 지역 여론조사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강재섭 대표를 만나 “운하로 빚을 많이 졌다”며 직접 챙겨 고 김진재 의원 아들 김세연씨의 도전을 막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선·대선 기간 내내 비비케이(BBK) 의혹 공세에 맞선 오세경 변호사는 부산 동래에서 현역 이재웅 의원을 꺾었다.
박 전 대표 쪽에선 최측근 유승민(대구 동을) 의원을 비롯해 허태열(부산 북·강서을)·김학송(경남 진해)·서병수(부산 해운대·기장갑)·최경환(경북 경산·청도) 의원 등이 공천이 확정됐다. 이 가운데 김학송 의원은 대선 선대위에서 전략기획단장을 맡았고, 최경환 의원은 대통령직 인수위 경제2분과 간사를 맡았다. 비례대표인 서상기 의원은 이 대통령 쪽 안택수 의원 지역인 대구 북을에서 맞붙어 이겼다.
당내에서 “모교인 부산고 출신들을 영남 지역에 내리꽂으려 한다”고 비판받았던 이방호 사무총장의 ‘입김’도 거셌다. 영남 지역 3선 의원 14명 가운데, 박근혜 전 대표를 빼곤 유일하게 살아남은 정의화 의원(부산 중·동)을 비롯해 안경률(해운대·기장을)·김정훈(부산 남갑)·권경석(경남 창원갑) 의원도 부산고 출신이다. 신인 가운데선 윤영 전 거제부시장이 3선 김기춘 의원을 밀어냈고, 한나라당 의원이 없는 경남 김해을에선 송은복 전 김해시장이 이 사무총장의 ‘낙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 밖에도 운하 공약 비판 등 잇따른 소신 발언 탓에 고위 당직자 가운데 유일하게 여론조사 경쟁을 벌여야 했던 이한구(대구 수성갑) 정책위의장, 대선 직전 입당해 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준 정몽준 최고위원도 이날 공천이 확정돼 자존심을 지켰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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