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
0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이 7일 오후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이 7일 오후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024 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22·삼성생명)이 7일 오후 귀국했다. 안세영은 1996 애틀랜타올림픽 방수현 이후 28년 만에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딴 뒤 처우 문제로 대한배드민턴협회(이하 협회)를 직격했다. 그는 귀국 인터뷰에서 “싸우려는 의도가 아니라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은 마음에서 한 말”이라며 말을 아꼈으나, 파장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까지 보고돼 문화체육관광부가 진위를 파악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협회는 이날 파리올림픽 코칭스태프 사인이 담긴 보도자료를 내고 안세영이 제기한 문제점에 대해 전면 반박했다.

무릎 부상 대처 안일했나?

안세영은 지난해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금메달) 때 무릎 부상을 당했다. 안세영은 “부상은 생각보다 심했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한테 조금 많이 실망했었다”고 했다. “애초 2~4주 재활이면 가능하다고 했는데 오진”이었고 “작년 말 재검진을 받으니 한동안 통증을 안고 뛰어야 한다는 소견이 나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협회는 “첫 진단 때 2주간 절대안정이 필요하고, 재활까지 4주가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일본 마스터스(2023년 11월14~19일), 중국 마스터스(2023년 11월21~26일)까지 참가가 어렵고 완전한 회복은 단기간에 이뤄지기 힘들다는 의견을 제시했는데, 안세영 선수 본인 요청으로 소속팀(삼성생명)에서 재활 훈련을 진행했고, 본인의 강한 의지로 일본·중국 대회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지난 2월부터 올림픽 참가 선수 12명 중 유일하게 안세영에게만 전담 트레이너를 붙였다. 안세영이 ‘트레이너 쌤’으로 언급한 한수정 트레이너는 지난해 7월 계약 기간 1년의 컨디셔닝 관리사로 채용됐다. 한 트레이너는 안세영이 육체적·정신적으로 흔들릴 때마다 곁에서 도움을 주는 멘털 코치 역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계약이 종료된 뒤 안세영의 요청에 따라 협회가 연장 계약을 제안했으나 한 트레이너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광고

안세영은 지난 7월14일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프랑스 파리 외곽의 훈련 캠프에서 훈련하다가 발목을 접질렸는데도 협회의 조처가 부실했다고 했다. 항의하니 한국에 있는 한의사를 급히 파리로 데려왔다고도 했다. 하지만 협회는 “발목 힘줄 손상 소견으로 대한체육회와 협의하에 체육회 의무팀 치료 지원과 파리 내 한의원 진료 지원이 가능했으나, 안세영 선수가 원하는 한의사를 섭외해 파리로 데려오는 과정에서 1100만원 이상의 경비를 소요했다. 안세영의 부상을 알리지 않은 것은 상대 선수에게 노출하지 않기 위함이었다”고 반박했다.

안세영이 5일(현지시각) 파리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 허빙자오와 경기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안세영이 5일(현지시각) 파리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 허빙자오와 경기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복식 선수들만 우선했나?

안세영은 결승전 직후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항상 성적은 복식에서 냈으니까 치료와 훈련에서 복식 선수들이 우선순위였다”며 “단식과 복식은 엄연히 다르고 다른 체제에서 운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감독님과 코치님이 나뉘어야 하고 훈련 방식도 각각 체계적으로 구분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근력운동 프로그램이 항상 똑같고, 훈련 방식도 몇년 전과 똑같다”는 아쉬움도 토로했다.

광고
광고

한국 배드민턴은 이번 대회 이전까지 올림픽 단식에서 금 1개(방수현)를 따낸 반면 복식에선 금 5개를 땄다. 15살이던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국가대표가 된 안세영은 7년간 단식 선수로 느껴왔던 부당함을 이번에 금메달의 힘을 빌려 얘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협회는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훈련 방식 및 체력운동 프로그램 방식을 면밀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경기력 관리를 위해) 개인 트레이너를 쓰고 싶다”는 안세영의 의견이 묵살됐다는 데 대해서는 “협회로 공식적으로 전달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광고

국제대회 개인 출전 가능할까?

협회는 현재 요넥스로부터 현금, 현물 후원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배드민턴 국가대표는 국제대회에 나설 때 요넥스 유니폼과 신발을 착용해야 한다. 하지만 안세영은 다른 브랜드 신발을 신고 싶어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세계 정상급 선수들은 개인 후원도 받는데, 안세영에겐 제약이 있었다. 선수촌 내 위계질서에 대해서도 안세영은 이의 제기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안세영은 대표팀에서 나가고 싶다는 의견을 냈으나, 그러면 국제대회에 나갈 수 없다. 협회 규정에 따라 개인이 국제대회에 출전하려면 국가대표로 5년 이상 활동해야 하고, 남자는 만 28살 이상, 여자는 만 27살 이상이어야 한다. 안세영은 22살이다. 이에 대해 협회는 “관련 규정이 무시될 경우 국가대표 선수들의 대표팀 이탈에 대한 상당한 우려가 있으며, 그럴 경우 협회의 국가대표 운영에 상당한 고민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수영 박태환이 에스케이티(SKT) 전담팀의 도움(2007~2012년)을 받아 올림픽 도전을 이어간 사례가 있으나, 이는 외국에도 거의 없는 후원 모델이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안세영이 속한 삼성생명 배드민턴단은 선수 개인의 에이전트 계약을 불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양희 기자, 인천/정인선 기자 whizzer4@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