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란 대법원 양형위원장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범죄에 대한 낮은 처벌 관행에서 벗어나 현실에 맞는 양형기준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대법원은 최근 아동 성착취물 양형기준을 새로 만들면서 낮은 처벌 기준을 제시해 논란을 빚었다.
김 위원장은 3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채이배 민생당 의원을 만나 “(텔레그램) 엔(n)번방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에 공감했다”며 과거 판결 기준을 반성하고, 현재 상황에 맞는 양형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답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채 의원은 이날 김 위원장을 방문해 엔번방 실태를 고려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범죄의 양형기준 마련 과정을 전면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대법원은 아동·청소년 이용 성착취물 제작·배포 범죄에 대한 새 양형기준을 만들면서, 양형 관련 설문조사에 매우 낮은 형량을 다수 포함해 범죄 현실과 국민 정서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 위원장은 채 의원이 설문조사 문제를 지적하자, 양형기준을 만드는 절차와 과정을 설명했고, 낮은 형량을 선고한 과거 판결을 기준으로 삼은 것에 대해서도 반성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대법원은 설문조사를 재검토해달라는 요청은 거절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관 대상) 설문 재조사는 현재 계획이 없다”며 “4월20일 양형위원회 전체회의에 설문조사 관련 사항을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 젠더법연구회 소속 판사 등 판사 13명은 법원 내부 게시망인 코트넷에 해당 설문조사 항목을 비판하며 디지털 성범죄 특성을 고려한 설문지로 재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 의원도 “기존의 (성범죄) 양형기준이 과거의 판결에서 나온 형량의 평균치를 근거로 삼은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채 의원은 이날 양형 기준 마련 과정에서 국민과 전문가 의견 청취를 위한 공청회를 열 것을 제안했다. 김 위원장도 이 점을 받아들여 양형기준 초안이 나온 뒤 공청회를 열 것이라고 전했다. 공청회 일정은 다음달 20일에 열리는 양형위 전체회의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채 의원은 현재 양형위원회가 추진하는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11조(아동·청소년 이용 성착취물 제작·배포)뿐만 아니라 13조(아동·청소년 성매수)와 14조(아동·청소년에 대한 강요행위 등)도 엔번방 사건 처벌 법규로 적용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양형기준 마련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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