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선원들이 11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피고인석에 앉아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광주/사진공동취재단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선원들이 11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피고인석에 앉아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광주/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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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선장 이준석(70)씨의 살인 혐의가 대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됐다. 퇴선명령 등 필요한 구호 조처를 하지 않아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는 판단이다. 대형 인명사고에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한 첫 대법원 판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12일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씨의 상고심에서 대법관 전원일치로 이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승객들이 익사할 수밖에 없음을 충분히 예견했음에도 퇴선 조치를 하지 않고 내버려둔 채 먼저 퇴선한 것은 승객들을 적극적으로 물에 빠뜨려 익사시키는 행위와 다름이 없다”며 “이씨의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책무를 다하지 않음)는, 작위에 의한 살인의 실행 행위와 동등한 법적 가치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씨에게는 살인과 살인미수 외에도 업무상과실선박매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선박, 선원법·해양환경관리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이번 재판은 승객들을 내버려둔 채 먼저 탈출한 선장 이씨 등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1심은 이씨가 퇴선명령을 내렸다고 판단해 살인죄가 아니라 유기치사죄를 인정해 징역 36년형을 선고했다. 2심은 이씨의 살인죄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씨가 세월호에서 탈출할 때도 선내에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이 여전히 나오는 등 퇴선명령 지시가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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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승무원 14명에 대해서도 원심대로 징역 1년6개월~7년을 확정했다. 1등항해사 강아무개(43)씨와 2등항해사 김아무개(48)씨, 기관장 박아무개(55)씨에게는 살인 대신 유기치사죄 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선원들이 선장의 지휘명령 체계를 무시하면서까지 퇴선 조처를 독단적으로 강행해야 할 만큼 비정상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쉽게 인식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대법원은 검찰이 조타기를 비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며 세월호 조타수 2명에게 적용한 업무상 과실 혐의에 대해 “사고의 원인을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받아들였다. 해양안전심판원 특별조사부의 판단이나 검찰 수사 결과와 달리 대법원도 사고 원인을 단정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이번 판결로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의 사고 원인 조사와 조속한 선체 인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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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가족협의회 소속 유가족 50여명은 판결을 방청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대법원이 선장의 살인죄를 인정하는 판결로 1년7개월간 고통스러웠던 가족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해줬다. 앞으로 있을 해경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대법원 판결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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