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신호를 보내자 스피커에서 중년 남성의 굵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자가 있다 해서 추적은 해본 적은 있지. 서울(경찰청) 정보부장 할 때니까, 작년 초로 보면 되지…그때 하다가, 쫓아다니다가 안 했지. 마담 이름 알았는데 기억도 못하겠네. 지금 가도 그 사람은 없어 확인해도 그 사람은 없었다니깐….”
진 의원이 “본인 음성이 맞습니까”라고 묻자, 증인석의 김성근 경찰교육원장(치안감)이 스피커의 음성과 똑같은 목소리로 “맞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경찰 정보계통의 최고위직을 지낸 김 원장의 생생한 목소리가 국정감사장에 흐르자 김기용 경찰청장 뒤에 앉아 있던 일부 경찰 간부들은 바닥으로 시선을 떨구었다.
9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진선미 의원은 한 언론사 기자와 김성근 원장이 지난 8월22일 나눈 전화통화의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에 대한 경찰의 불법사찰 의혹의 진원지가 된 전화통화였다. 이 통화 내용을 글로 옮긴 녹취록은 지난달 12일 이미 공개됐지만, 당사자의 육성이 그대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감서 통화내용 육성 첫공개에
“기자와 통화, 내 목소리 맞지만…
전화 빨리 끊으려 과장되게 말해”
김 원장의 말은 누가 들어도 경찰이 안 후보의 뒷조사를 했다고 이해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김 원장은 “기자 전화가 와서 처음에는 그런 것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기자가 계속 ‘경찰이 그걸 모를 리가 있냐’고 해서 빨리 (전화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런 일 없다는 취지로 하다 보니 오버해서 과장되게 말했다”며 뒷조사 사실을 부인했다.
진 의원이 “지금 통화 내용에 편집된 게 있냐”고 따지자, 김 원장은 “오래돼서 기억은 못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은…”이라며 말을 흐렸다. 진 의원이 다시 “(뒷)조사를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고 그런 말을 했느냐”고 묻자, 김 원장은 “소문을 들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소문의 출처를 따져묻자 명확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오버해서 그랬다”는 말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진 의원이 김 원장에 대한 조처를 어떻게 할 것인지 묻자, 김기용 경찰청장은 무거운 표정으로 “녹취록 공개로 경찰의 해당 언론사에 대한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는 정지됐다”며 “경찰의 공식 경로를 통해 확인한 결과 안 후보를 뒷조사한 사실이 없다”는 말로 답을 피했다.
김 원장의 ‘초고속 승진’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김 원장은 조현오 전 경찰청장 취임 직후인 2010년 12월 서울경찰청 정보1과장에서 서울경찰청 정보관리부장(경무관)으로 승진했고, 이듬해 11월 경찰청 정보국장(치안감)으로 승진했다. 이는 경무관 승진 뒤 불과 1년여 만에 치안감으로 승진한 것이어서 경찰 내부에서도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진선미 의원은 “경찰 정보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정권 차원의 보은인사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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