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법의학연구소 창고에서 ‘성묘’를 지내고 있는 이들이 있다. ‘고양 금정굴 민간인 학살 사건’의 유족들이다. 한국전쟁 때 집단 총살된 이들의 유해가 발견돼 유해 안치시설을 마련하라는 국가기관의 권고가 있었지만, 정부의 묵묵부답에 유족들은 15년째 유해가 ‘임시 안치’된 서울대병원의 창고에서 성묘를 지내고 있다.
이들이 학살된 건 60년 전 한국전쟁 때다. 1950년 10월9∼31일, 고양경찰서장 지휘 아래 주민들은 적법한 절차 없이 끌려가 집단 총살된 뒤 폐광인 금정굴에 매장됐다. 부역 혐의자 또는 그의 가족이란 이유였다. ‘빨갱이 가족’이라며 감시를 받아오던 유족들은 19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서자 학살 의혹을 폭로했다. 2년 뒤 금정굴에서 유골이 무더기로 발굴됐고 서울대병원에 임시 안치됐다.
이후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153명 이상의 주민들이 금정굴에서 불법적으로 희생됐다”며 “국가는 사과와 함께 유해 봉안 시설·위령시설 설치 등 화해와 위령사업에 조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진실화해위는 “희생자 상당수는 부역 혐의와 무관한 주민들이었고 10대 8명과 여성 7명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60년, 유해 발굴 15년, 진실화해위 진실 규명 3년이 지났지만 정부는 답이 없다. 금정굴 현장도 천막으로 덮어놓은 채 사실상 방치돼 있다.
결국 유족들은 법원을 찾았다. 서울중앙지법은 유족 김아무개씨 등 92명이 국가를 상대로 희생자 1인당 1억원씩 총 33억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고 4일 밝혔다.
유족들은 소장에서 “국가 소속기관인 고양경찰서 경찰들은 정당한 이유 및 절차 없이 희생자들을 총살해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 생명권, 적법절차 원칙,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며 “정신적 손해에 대해 국가는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