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2일 국민들은 모처럼 함께 손을 잡은 민주개혁진영과 진보진영에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연대의 힘’은 확인했으되 연대를 계속 이어가는 동력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민주당·국민참여당·창조한국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 저마다 그리고 있는 ‘연합’의 그림이 다를뿐더러, 정책과 이념의 최대공약수를 찾아가는 과정도 험난해 보인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앞에서, 야권 재편에 대해 고민해온 두 사람이 만났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연구기획위원을 맡고 있는 김호기 교수(연세대 사회학과)와 이번 선거에서 진보신당을 공개 지지했던 조희연 교수(성공회대 사회과학부)는 서 있는 지점은 달랐지만, 눈길이 머문 방향은 같았다. 나침반 바늘이 가리킨 것은 ‘더 많은 진보’였다. 두 사람의 대담은 23일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이뤄졌다.
우선, 6·2지방선거 평가라는 논의의 출발점에선 두 사람은 나란히 서 있었다. 엠비(MB) 심판과 더불어 연합정치가 야권 승리의 요인이라는 것은 맞지만, 연합정치의 뒷면엔 빛과 그늘이 모두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호기 교수(이하 김) “성적표로만 보면 민주당과의 연합정치에 적극적이었던 민노당은 상당한 성과를 거뒀고, 독자노선을 걸었던 진보신당은 만족할 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평가할 순 없다. 진보세력 내의 분화를 고려하면 불가피한 점이 있다고 본다.”
조희연 교수(이하 조) “야권이 분립한 상황에서 연합하면 이길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이 결합해서 연합정치라는 시대적 당위가 만들어졌고, 일정기간 지속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연합정치는 민주당이 온전히 야권을 대표할 수 없는 취약함, 그렇다고 진보정당이 이를 대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출현한 과도기적 상황이다. 이번에 민노당은 실리적 전략을 취했지만 정체성을 충분히 부각시키지 못했고, 진보신당은 독자적 깃발은 유지했으되 독자노선(노회찬)과 부분연합(심상정)을 놓고 ‘질서있는 분업’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김 “지방선거는 광역·기초단체장, 광역·기초 의원 등 각급 단위들이 다양해 타협의 공간이 넓었다. 하지만 당장 7·28재보궐선거에서도 이런 연합정치가 쉽게 될지 미지수다. 앞으로 총선·대선을 앞두고 연합정치를 어떻게 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야권 승리를 위해 연합정치가 필요하지만,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민주당과 진보정당이 한 정당으로 합쳐야 한다는 ‘빅텐트론’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정책과 이념 면에서 진보정당과 민주당은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빅텐트론의 대안이 무엇인지를 놓고선 두 사람은 입장이 달랐다. 김 교수는 민주당의 혁신을, 조 교수는 진보대연합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이 갈리는 지점은 우리 사회를 바꿔나갈 가장 큰 동력이 민주개혁진영에 있는지, 아니면 진보진영에 있는지인 셈이다.
김 “일단, 열린우리당에서 갈라져 나온 민주당과 참여당이 먼저 통합해야 한다. 또 민노당과 진보신당도 합쳐야 한다. 그 다음에 진보정당과 민주당은 ‘연대 속의 차이’, ‘차이 속의 연대’를 하며 가치·정책·리더십 세 가지 차원에서 연합정치를 이뤄가야 한다.”
조 “나는 민주당과 진보정당이 함께하는 ‘빅텐트론’이 아니라 민노당·진보신당과 다른 사회세력이 함께 ‘진보 빅텐트’를 만들고, 현재 민주당 바깥에 있으면서 새로운 정치를 열망하는 창조한국당·참여당 지지층을 진보 빅텐트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본다.”
김 “민주당은 소극적인 중도개혁주의를 벗어나 새로운 진보를 표방해야 한다. 조 교수가 말씀하신 진보 빅텐트론엔 원론적으로는 동의하지만, 대중적 지지를 얼마나 얻을 수 있을지, 한나라당에 맞서 이길 수 있는지 모르겠다. 혹시 예전 개혁당의 확대 버전에 불과한 것 아닐까. 민주당이 혁신을 통해 참여당·창조한국당 지지를 흡수해야 한다.”
민주당-참여당, 민노당-진보신당각각 통합한 뒤 정책연합 이뤄야진보대연합-민주연합 공존 가능조 “하지만 대중이 과연 개혁블록을 선택할지, 진보블록을 지지할지는 변화가 있을 거다. 이번 선거에서만 봐도, 국민들은 새로운 무상급식 같은 진보적 의제를 적극 지지함으로써 보수계층의 반대를 한 칼에 다 정리해버리잖나. 진보 빅텐트를 통해 민주당을 압박해야 한다.”
‘연합정치’ 밑그림이 달랐기에, 두 사람은 7·28재보궐선거 같은 현실정치를 바라보는 관점도 다소 상이했다.
조 “연합정치는 이해관계의 재분배·재조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번 재보궐선거에선 이것이 쉽지 않다고 본다. 민노당·진보신당·사회당 등 진보진영 내에서의 재조정은 있겠지만. 또 이번에 유권자들이 6·2지방선거를 통해 연합의 갈증을 좀 해소하지 않았나. 7·28재보선에선 6·2선거처럼 연대를 절실하게 느끼진 않을 것 같다.”
김 이번에 지방권력은 교체했지만 여전히 의회와 행정권력은 보수가 장악하고 있지 않나. 국민적 시각에서 보자면 엠비(MB)견제라는 유권자들의 바람이 있는 것이고, 그래서 연합정치에 대한 열망은 여전하다고 본다. 이번에도 연합정치를 구사해서 중도진보든, 정통 진보진영이든 아무튼 진보적 후보가 당선되는 게 필요하다. 그를 위해선 민주당의 통큰 양보가 필요하다. 민주당이 통 크게 양보하면 진보개혁 유권자들로부터 더 큰 지지를 받게 될 거다.”
조 “연합을 한다 해도 어떤 사람이 단일 후보가 되는지에 따라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가령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같은 사람 정도가 연합 후보가 돼야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을까.”
두 사람은 그러나 진보 빅텐트나 민주개혁 빅텐트나 모두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봤다. 또한 경쟁이든 연대든 그 도전에 응전하는 과정 속에 있다고 했다.
김 이명박 정부 들어서 드디어 국민들이 복지에 대한 ‘센스’를 갖게 됐다. 민주당이나 진보정당이나 모두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아동수당 도입, 의료복지 강화 같은 전통적 복지에도 신경써야 하고 일자리 확충 같은 세계화시대에 요구되는 적극적 복지 모두 필요하다. 민주당은 복지문제 같은 전통적 사민주의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부족하고, 진보정당도 세계화시대의 신사민주의 전략에 인색했다. 어려운 과제지만 한국사회는 이 방향으로 가야 한다.”
조 “백퍼센트 공감한다. 진보정당, 개혁정당 모두 세계화의 도전에 응전해야 한다.”
김 “최근 진보신당 관계자들이 낸 책이 <리얼 진보>라는 제목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 유작을 모아 낸 책 이름이 <진보의 미래>다. 진보진영과 민주개혁진영 모두 ‘진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어느 쪽이든 ‘새로운 진보’에 대한 기획을 내놓지 않으면 2012년 총선·대선에서 야권이 이기기가 쉽지 않다.”
조 “그런 면에서 진보진영과 민주개혁진영은 누가 역동적 복지국가라는 시대적 과제를 담아낼지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김 “이것이 우리 둘이 서로 다른 지점이다. 나는 진보대연합과 민주연합이 배타적이 아니라고 본다. 멀리 보자면, 진보적 민주대연합, 민주적 진보대연합이 우리의 길 아닐까. 둘은 새롭게 결합해야 한다.”<끝>
이유주현 고나무 기자 edigna@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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