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진상규명’이라는 청와대와 여당의 방침이 굳어져 가는 상황에서,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서울지방경찰청장)를 직접 조사해야 할지에 대한 검찰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겠다는 방침은 검찰에게 ‘총대’를 메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용산 철거민 참사’ 사건 수사본부장인 정병두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28일 “김 청장을 조사할지 여부는 검찰이 알아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에도 “결정적인 것을 제일 궁금해할 테지만 지금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소환과 관련해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공식 입장은 한마디로 ‘수사상 필요하면 부른다’는 것이다. 오세인 대검 대변인은 “김 청장의 말을 직접 들어봐야 하는 사안이 생길 경우 소환한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라며 “하지만 현재까지는 그럴 만한 사안이 드러나지 않았다. 상황 변화가 없다면 모양 갖추기 식으로 부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속내는 복잡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지금까지의 기조로 볼 때 경찰이라는 거대 조직의 총수 내정자를 부른다는 것은 처벌이나, 적어도 경질을 염두에 두지 않고서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 때문에 검찰이 말 그대로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사건이 여와 야, 정부와 시민사회가 충돌하면서 이미 정치적 사안으로 발전한 점도 수사 외적 요인이 작용할 것임을 전망케 한다.
한편으론 강경진압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와, 최종 지휘권자인 김 청장을 조사하지 않고서는 어떤 결론을 내려도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버티고 있다. 편파 수사 논란은 이미 비등한 상태다. 민주당이 특별검사제 도입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도 검찰에는 부담이 되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형사처벌 여부와 상관없이 최종 결정권자인 김 청장을 조사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보고 단계의 최정점에 있던 그가 어떤 식으로든 진압 과정에 개입했다면 수사 방향이 틀려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혐의나 의혹을) 털어주기 위한 조사라면 소환 결정이 경질이 아닌 유임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검찰은 무전 내용을 총괄한 이송범 서울경찰청 경비부장을 통해 김 청장이 실시간으로 진압 과정을 보고받았는지 등을 조사하는 한편, 진압에 참여한 경찰들의 진술 여부에 따라 경찰 고위 간부들의 재소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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