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졸업을 한 학기 앞둔 김아무개(25·서울대)씨는 요즘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지난해 대학 수학능력시험 이후 학원 강사 아르바이트가 끝났는데, 신입생이 차면 연락을 주겠다던 학원 쪽은 두달째 감감무소식이다. 다른 학원 6곳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아직 아무런 답이 없다. 입학 뒤 줄곧 아르바이트로 생활비와 용돈을 마련해 온 김씨는 얼마 전 어쩔 수 없이 부모님께 손을 벌렸다. 김씨는 “학자금 대출 1300만원과 취업 준비 때문에 시간 대비 급여 수준이 높은 학원 일을 해 왔다”며 “겨울방학이 다 가기 전에 음식점 보조일이라도 잡아야겠다”고 말했다.
불경기와 취업난으로 아르바이트 전선에도 비상이 걸렸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인터넷 사이트에는 ‘내일은 연락이 오길 바라며 또 알바 넣으러 갑니다’, ‘알바 하나 뜨면 몇백명이 몰리니 그냥 포기해야겠다’ 등의 푸념이 넘쳐난다. 겨울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 구직 행렬은 크게 늘었는데, 구인 수요는 예년보다 더 줄었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 전문 사이트 ‘알바몬’에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신규 등록된 이력서는 4만585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3987건)보다 35% 급증한 반면, 같은 기간 신규 구인 공고는 3만8062건으로 지난해보다 13% 줄었다. 학원 강사 소개 사이트인 ‘훈장마을’ 등에는 이력서 등록이 전년보다 40%나 늘어났다. 잡코리아 안수정 대리는 “설을 앞두고 아르바이트 구인이 늘어나는 게 정상인데 올해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며 “아직 일을 구하지 못한 기존 등록자에다 아르바이트 시장을 기웃거리는 청년 실업층까지 합치면 실제 아르바이트 구직 경쟁은 훨씬 더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직자가 몰리면서 임금 등 노동 조건은 더 나빠지고 있다. 지방대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 중인 고아무개(26)씨는 “용돈이라도 벌려고 피시방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봤는데, 시급 3800원을 제시해 그냥 돌아왔다”고 말했다. 새해 들어 시급 기준 최저임금이 4천원으로 올랐지만, 구인 업체들은 ‘굳이 맞춰주지 않아도 일할 사람은 많다’는 태도다. 경기 고양시 일산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김아무개(23)씨는 “시간당 3500원에 1년 넘게 일했지만 사장이 ‘이력서를 맡겨놓은 사람만 10명이 넘는다’고 말하는 등 시급 올려 달라는 얘길 꺼낼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금 후려치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오아무개(23·고려대 3)씨는 “학원 강사 자리를 알아보고 있는데 월 급여 수준이 예전보다 10만~15만원 정도 떨어진 것 같다”며 “적정 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급여를 제시하는 학원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등록금 부담이 커진 대학생들과 적체된 청년 실업층이 동시에 아르바이트 시장으로 몰리면서, 임금과 노동 조건이 더 나빠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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