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았는데, 갑자기 투명인간이 된 것 같습니다.”
강원도 춘천에서 인형극단을 운영하는 재일한국인 3세 고규미(60)씨는 돌연 자신의 국적 ‘대한민국’이 지워진 것 같다고 토로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예술인복지재단(재단)은 고씨에게 3~5년 전 지급했던 지원금 600만원을 환수하라고 통보했다. 문제는 그 이유다. 재단은 고씨가 지원 대상 요건인 ‘국내거주 내국인’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지원금을 부당하게 받았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재일한국인 3세인 그는 일본 영주권을 지니고 있다. 다만 대한민국 국적을 유지한 한국인으로, 22년째 한국에 거주한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과 고씨 설명을 8일 들어보면, 재단은 고씨에게 2020년과 2022년 각각 300만원씩 지급됐던 ‘창작준비금지원사업-창작디딤돌' 지원금을 환수하라고 지난 5월 통보했다. 재단은 한겨레에 “해당 사업은 저소득층 예술가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재외국민은 해외소득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사업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고씨는 애당초 지원대상이 아니라 환수 조처했다”고 설명했다. 지원 대상이 아닌 ‘재외국민’ 신분인 고씨가 부당하게 지원금을 받았다는 의미다.
고씨는 “나는 명백한 한국인”이라면서 “‘재외국민'이라는 형식적인 신분으로 차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맞섰다. 일본 영주권을 지닌 고씨는 법적으로 ‘재외국민’으로 규정되지만, 엄연히 한국 국적자다. 더군다나 2003년 한국인과 결혼해 줄곧 한국에 살았다. 그가 한겨레에 전한 출국 기록을 보면, 고씨는 어머니 간병을 위해 지난 2017년 11월부터 지금까지 22차례 일본을 방문했지만 체류 기간은 대부분 1주일 정도였다. 해외에서 별도의 경제활동을 했다고 보기도 어려운 셈이다.
고씨의 마음을 한층 옥죈 건 한국 사회에서 갑작스레 맞닥뜨린 ‘차별감’이다. 일제강점기였던 조부모 시절 일본에 건너간 그의 가족은 일본 사회의 차별 속에서도 한국 국적을 놓지 않았다. “‘조선인은 조선으로 돌아가라’는 식의 모욕을 들은 날이면 부모님이 ‘한국인의 긍지를 가져야 한다’고 토닥였어요. 그래서 더 한국인으로서 의무를 다하려 했다고 생각합니다.” 고씨가 재일한국인 3세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이유다. 세계에 선보인 그의 인형극은 ‘선녀춤', ‘두루미' 등 유독 한국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
반대로 고씨는 한국에서도 구태여 자신의 재일한국인 3세 신분을 감추지 않았다. 재단지원금 심사를 받기 위해 고씨가 재단에 제출했다는 주민등록초본에는 ‘재외국민'이라는 표기가 선명했다. 그런데도 당시 무리 없이 지급된 지원금이 느닷없이 환수 대상이 된 것이다. 재단은 지원금 환수 통지에 더해 고씨가 지급된 지원금 환수를 넘어 ‘허위 또는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지원금을 받으려 했다며 2027년까지 재단의 모든 지원 사업 참여 자격도 박탈하겠다고 했다.
1965년 ‘재일교포 법적지위협정'이 조인됐지만, 재일한국인은 여전히 한일 양국에서 불완전한 지위에 놓여있다. 일본에서는 ‘외국인'으로 분류돼 선거권이 없고 일부 사회보장제도에서 배제된다. 한국에서도 재일한국인 영유아가 재외국민으로 분류돼 보육수당 지급이 제한되자, 이것이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이 청구됐다. 헌법재판소는 2018년 “국내에 장기간 거주하는 재외국민과 일반 국민은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결정했다.
이상희 변호사는 “재일교포는 다른 해외동포와 다르게 일제강점기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양국 모두에서 불이익을 받은 아픔까지 있다”면서 “일본 영주권이 있더라도 장기간 한국에 체류하면서 직업 활동을 한다면 당연히 내국인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종우 기자 whddn387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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