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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북한이 ‘남한에서 보낸 무인기’라며 공개한 사진.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북한이 ‘남한에서 보낸 무인기’라며 공개한 사진.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내란 사건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국군방첩사령부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기획 단계에서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 보고용으로 작성된 드론작전사령부의 ‘브이(V) 보고서’를 확보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방첩사가 평양 무인기 작전을 기획 단계에서부터 인지한 정황이 처음 드러난 것이다. 이 무렵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비화폰으로 수차례 통화한 사실 또한 확인한 특검팀은 조만간 여 전 사령관을 불러 무인기 평양 침투 작전 인지 및 관여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팀은 드론사 및 방첩사 군 관계자를 조사하면서 지난해 6~9월 사이 작성된 무인기 평양 침투 작전 계획을 담은 브이 보고서가 방첩사에 전달된 사실을 파악했다. 당시 무인기 작전 기획에 관여한 드론사 소속 인원들은 특검 조사에서 “평양 무인기 작전을 기획하면서 ‘브이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이 문건을 드론사 방첩지원부대 소속 장교가 가져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또한 방첩사 고위 간부를 조사하면서 ‘드론사 방첩지원부대가 확보한 브이 보고서가 방첩사로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 또한 확인했다. 드론사·방첩사 관계자 모두 방첩사가 드론사의 무인기 평양 침투 작전 계획 문건을 기획 단계에서 확보한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드론사에선 지난해 6월부터 소수의 실무 인원이 극도의 보안을 유지한 채 무인기 평양 침투 작전을 준비해왔는데, 실무자들은 자신들이 만든 보고서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브이 보고서라고 불렀다고 한다.

특검팀은 또한 무인기 작전이 계획·시행되던 지난해 6~11월 사이 김 사령관과 여 전 사령관이 비화폰으로 수차례 통화한 사실도 파악했다. 여 전 사령관은 지난해 10월12일 경기 연천군에 추락한 무인기가 발견됐을 당시에도 김 사령관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해당 무인기가 아군의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당시 방첩사는 경찰과 함께 군경 합동조사에 나서 기체 수거 및 현장 채증에 나서 대공 용의점 여부 등을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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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첩사가 무인기 평양 침투 작전을 계획 단계에서부터 인지한 정황은 여 전 사령관이 작전을 은폐하는데 일조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키운다. 여 전 사령관은 지난해 10월14일 방첩사1처로부터 ‘평양에 추락한 무인기는 우리 무인기’라는 보고를 받은 뒤 방첩사 관계자들에게 “관련 문서를 폐기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여 전 사령관이 무인기 평양 침투 작전에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사실을 알았던 정황으로 보인다. 당시 드론사 관계자들은 작전을 기획하면서 ‘정전협정 위반이라 합동참모본부와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는 등 해당 작전이 북한 도발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밝히기도 했다.

특검팀은 여 전 사령관이 작전 인지뿐만 아니라 김 사령관과 작전을 상의하는 등 개입한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육군사관학교 동기인 여 전 사령관과 김 사령관이 비화폰으로 통화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추락 무인기 확인을 넘어, 작전 관련 논의를 진행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여 전 사령관은 앞선 특검 조사에선 “무인기 작전을 전혀 모른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김 사령관 쪽도 한겨레에 “여 전 사령관에게 인원 부족에 시달리는 드론사의 상황을 설명하고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을 뿐, 무인기 작전을 의논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박찬희 기자 ch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