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직 치안감이 경찰 내부망에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짚으며, 경찰이 연루된 것이 “더럽게 기분 나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배대희 충남경찰청장(치안감)은 6일 오전 9시41분께 경찰 내부 게시판인 ‘현장활력소’에 글을 올려 “절차와 내용, 실질에 있어 동의할 수 없는 이상한 비상계엄에 경찰이 연루돼, 경찰이 국가비상상황을 획책했다는 의심을 들게 한 이 상황이 더럽게 기분 나쁘다”며 “문민정부 이후 우리 경찰은 수십년간 독재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국민의 경찰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했는데, 초유의 황당한 비상계엄으로 인해 수십년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모습에 자괴감이 들고 무기력하다”고 밝혔다. 배 청장은 2002년 사법시험(44회)에 합격한 뒤 2005년 경정 특채로 경찰청에 입직했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위헌·위법이라는 점도 배 청장은 명확히 밝혔다. 배 청장은 “설령 (윤 대통령이 계엄의 사유로 든) 관료 탄핵과 예산 삭감으로 국가기능이 마비되었다 해도 군대를 동원한 무력으로 해결해야 하는 전시·사변 등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비상계엄 선포 근거로 ‘자유’, ‘자유대한민국의 영속성’이 나옴으로써 자유와 법치가 오염된 것 같아 마찬가지로 더럽게 기분 나쁘다”며 “자유대한민국을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그런 폭력적 발상을 할 수 있는지 한순간에 대한민국을 후진국으로 만들어버렸다”고도 했다.

배 청장은 계엄의 위헌·위법성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조지호 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도 에둘러 비판했다. 배 청장은 “경찰은 정치적 중립성이 중요하다”면서도 “하지만 위헌·위법에 대해 중립성을 이유로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오히려 중립성을 포기하는 것이다. 위헌·위법에 대해 위헌·위법이라고 말하는 것이 법치주의적 관점에서도, 경찰의 중립성 입장에서도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앞서 조지호 경찰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계엄의 위법성은 사법부에서 판단할 일” “경찰의 국회 봉쇄는 내란죄가 아니다”라는 등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바 있다. 조 청장은 “포고령이 발동되면 따라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포고령이 헌법과 법률에 부합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냐”는 신정훈 행안위원장의 질문에 조 청장은 “당시 상황에 의해 평가되어야 한다. 국무회의에 따라 발령된 계엄령이고, 계엄법에 따라 사령관이 발동한 포고령이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