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일본·중국·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공통으로 낮은 합계출산율(이하 출생률·TFR)로 인구감소 위기에 직면한 것은 남성의 낮은 가사·육아 분담, 남녀간 높은 성격차지수와 깊은 관련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캐런 에글스턴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실장은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저출생 축소사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제15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급속한 산업화로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중국·일본·대만 등 동북아 국가들이 최근 공통으로 직면한 저출생 위기의 원인으로 남성 중심적 사회의 문제점을 지목했다. 한국의 출생률은 지난해 기준 0.7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일본(1.2명), 중국(1.0명), 대만(0.87명)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모두 인구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2.1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심각한 인구감소 위기에 직면해 있다.
에글스턴 실장은 ‘급속한 산업화와 동북아 저출생, 아시아의 공통 원인과 문제 진단’을 주제로 한 기조발제에서 “남성의 가사와 육아 분담 비율과 출생률이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다”면서 실증연구 결과를 설명했다. 그는 “한국 남성의 가사·육아 분담 비율은 2012년 기준 17~18%에 그치고, 일본은 한국보다 더 낮은 16%에 불과해서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가 30% 이상인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남성의 가사·육아 분담 비율이 높은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의 출생률은 1.8~2.0명으로, 한국의 2~3배에 이른다. 그는 또 “한국은 전체 가사노동 시간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1990년 89.2%에서 2019년 77.6%로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이 가사노동의 80% 가까이 부담한다”면서 “가정 내 평등은 직장 내 성별 임금 평등의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에글스턴 실장은 “한국의 세계경제포럼 ‘성격차지수’는 2024년 기준 세계 146개국 중 94위 그쳤고 중국은 106위, 일본 118위로 동아시아권 국가 모두 최하위권”이라고 강조했다. 성격차지수는 교육·건강·정치·경제 등 4개 분야에서 평등이 이뤄진 정도를 분석해 성별 격차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를 100%로 상정해 성평등 달성률을 측정한다. 그는 “한국은 이사회 내 여성 비율과 관리직 내 여성 비율이 모두 세계 최저 수준”이라면서 “동아시아 국가의 여성 고위 리더십 역할 비율은 일본(14.6%)과 필리핀(48.6%) 사이에 있다”고 말했다.
곽정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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