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건에 대한 외압 의혹의 핵심은 2023년 7월31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어떤 지시를 했느냐다. 2023년 9월15일 인천 앞바다 노적봉함에서 열린 제73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기념식에서 윤 대통령이 이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건에 대한 외압 의혹의 핵심은 2023년 7월31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어떤 지시를 했느냐다. 2023년 9월15일 인천 앞바다 노적봉함에서 열린 제73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기념식에서 윤 대통령이 이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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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사하다 항명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대령)의 재판부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증인으로 채택한 뒤 ‘대통령실 외압 의혹’이 제기된 시기의 이 전 장관 휴대전화 통화·문자 내역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령이 어겼다는 명령의 정당성을 따져보겠다는 취지다.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핵심 인물인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증인으로 나와 ‘대통령실 외압 의혹’ 관련 통화 내용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17일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박 대령의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 4차 공판기일에서 재판장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박 대령에게) 이첩 보류 명령을 하게 된 이유 및 정황과 관련돼 있다. (사령관의) 명령이 정당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전제가 될 수 있으므로 (이 전 장관을) 증인으로 채택(해 달라는 박 대령 쪽 신청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같은 재판부가 심리 중인 박 대령의 명예훼손 혐의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박 대령 쪽은 지난 2월1일 첫 증인으로 출석했던 김 사령관도 다시 증인으로 불러달라고 했지만 재판부는 다른 증인들의 신문이 모두 끝난 뒤 결정하겠다며 일단 보류했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이첩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수사단장이 17일 오전 4차 공판이 열리는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이첩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수사단장이 17일 오전 4차 공판이 열리는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장관 변호인은 기자들에게 “지정된 기일에 출석해 증언하겠다”면서도 “이첩보류 지시는 이 전 장관의 판단이었으며 그 지시에 어떠한 위법 소지도 없었다”고 전했다. 이 전 장관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출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위증 시 처벌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진술하는 것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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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이 전 장관과 박진희 국방부 전 군사보좌관의 통화내역도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박 대령 쪽은 사건 당시 이 장관, 박 전 군사보좌관, 임기훈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유재은 법무관리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의 통신자료를 조회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의 지난해 7월31일 11시께 (이첩보류) 명령 부분과 관련해서 통신자료를 조회하는 게 타당하다고 보인다”며 “이 전 장관 휴대전화의 지난해 7월28일~8월9일 통화내역, 문자메시지 등에 대해 (통신사에) 사실 조회 신청을 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 전 장관과 박 전 보좌관의 관계 등에 비춰볼 때 (박 전 보좌관의 통신조회가 필요하다는) 변호인의 의견이 타당하다”고도 밝혔다. 나머지 인원에 대한 신청은 보류했다.

박 대령 쪽은 채 상병 순직사건 기록회수가 있었던 지난해 8월2일,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이 유재은 법무관리관에게 요구한 ‘군 사망 사건 처리 방향에 대한 보고서’에 대한 문서송부촉탁을 신청하겠다는 계획도 이날 재판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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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2일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은 유재은 법무관리관에게 전화해 ‘군사법원법 개정에 따른 군 사망 사건 처리의 방향에 대한 의견을 담아 대통령실에 보고하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겨레가 지난 9일 보도했다. 보고서에는 대통령실이 이첩 보류, 혐의 배제, 사건 회수 등 이 사건 전반에 걸쳐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담겨있을 수 있다.

박 대령 쪽은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유 법무관리관에게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통화 여부 등을 물었지만 대체로 답변을 거부했다. 유 법무관리관은 “대통령실의 개입으로 사단장이 혐의자에서 빠진 것 아니냐”, “대통령실과 소통이 있었냐” 등 질문에 “수사기관(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진술한 내용”이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이시원 당시 공직기강비서관과의 잦은 통화’에 대해서도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오연서 배지현 기자 lovelett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