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학교의 내국인 입학 비율이 정원의 50%까지 허용되고 입학 요건도 완화된다. 이에 따라 외국인 학교가 국내 거주 외국인의 교육여건 개선이라는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또다른 형태의 국제중·외국어고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외국인 학교 및 외국인 유치원 설립·운영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제정안이 28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다음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규정을 보면, 내국인 재학생 비율을 원칙적으로 정원의 30% 이내로 제한하되, 해당 지역의 외국인 수 등을 고려해 시·도에 따라 정원의 50%까지 내국인이 입학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지난해 교과부가 발표한 입법예고안(30%)보다도 내국인 비율을 크게 늘린 것이다. 교과부는 지난해 10월 예고한 규정 제정안에서는 “외국인 정주 여건 개선이라는 초·중등 교육법상 외국인 학교의 설립 취지에 맞게 내국인 수는 정원의 30%를 넘지 않도록 제한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입법예고 기간을 거치면서 ‘추가로 20% 범위 안에서 내국인 비율을 높일 수 있다’는 내용이 새로 포함됐다. 교과부 관계자는 “내국인 비율 제한을 아예 두지 말자는 의견도 나오는 등 시·도마다 입장이 달라 절충점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규정은 또 외국인 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내국인의 외국 거주기간을 ‘5년 이상’에서 ‘3년 이상’으로 완화했으며, 내국인 학생에 대해서는 학력도 인정해 줘 국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외국인뿐만 아니라 비영리 외국법인과 국내 사립학교 법인도 외국인 학교를 세울 수 있도록 해, 앞으로 외국인 학교 설립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명신 ‘함께하는 교육 시민모임’ 공동대표는 “외국인 학교는 연간 등록금이 2천만원을 웃돌지만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되고 명문대 진학에 유리한다는 이유 등으로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높다”며 “이런 상황에서 학력을 인정해 주고 입학 자격도 완화하면 외국인 학교가 내국인 부유층 자녀를 위한 교육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이날 성명을 내고 “내국인 입학 비율을 50%까지 확대한 것은 외국인 학교의 정체성을 흔드는 무지한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내국인 입학 50%까지 허용…‘무늬만’ 외국인학교
애초 정원30%서 확대
외국 거주도 3년으로 완화
- 수정 2009-01-28 19:08
- 등록 2009-01-28 19:08